머피의 점심
머피의 점심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3.12.1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점심때가 되었다. 철민은 약속이 없거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늘상 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한 오여사에게서 늦는다는 전화가 왔다. 이왕에 이렇게 된 것 홀로 집안에서 쓸쓸하게 식사를 하는 것 보다 사람들이 시끌거리는 식당으로 가서 그들 틈에 끼어 점심시간의 풍경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집 밖으로 막상 나서고 보니 무얼 먹을까 얕은 고민으로 갈등을 일으키다가 마침 차가 동네 중식집 앞에 주차되어 있었으므로 짜장면이나 한 그릇 할까 하고 그 집을 향해 걷다가 갑자기 우동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간 밤에 술도 한 잔 했던 까닭에 해장도 할 겸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우동이 떠올랐다. 그 순간 발길은 차에 오르자마자 예부터 소문난 우동집으로 향했다.

차가 무심천 진입로에 들어선 다음 초입을 지나 중간쯤에 이르자 길이 막혀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서행을 하고 있었다.

무슨일인가 사고라도 난 것은 아닌가 궁금했는데 다행히 하상도로를 시설 보수한다고 교통통제를 하는 것이었다.

하상도로를 늘 이용하던 차들은 무심천 도로 위로 몰려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 덕에 한 참을 지루하게 가다가 드디어 눈앞 교차로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차는 얼마 후 우동 집 앞에 다다랐다. 때마침 주차공간이 한자리가 있어 곧바로 차를 쉽게 주차를 하였지만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인기척도 보이지 않고 한산한 느낌이 들었다.

미심쩍고 의아한 눈으로 그 집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수리 중이라고 써 붙여 있는 빈 집일 뿐이었다. 맥이 빠지는 한 숨을 뒤로 하고 다음 집을 찾아 나섰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볼 일을 보려는 장소와 가까이 있는 칼국수집 하나가 떠올랐다. 그 곳 역시 누구만큼 만만치 않게 소문이 난 이름난 집이었다.

철민은 부랴부랴 서둘러 그 집 앞에 도착하였지만 한창 붐비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밖에서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조급한 마음에 이럴 바엔 차라리 처음 점심식사를 하려던 중식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곳으로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런데 그 또한 그의 착각이었다. 중식집은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차가 그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 주변에 차를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리가 없었다.

동네를 한 바퀴 두 바퀴 세바퀴를 돌아도 자리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곳에서 간단히 먹고 여유를 얻었더라면 하는 공연한 후회가 스쳐갔다.

과연 누가 앞을 알 수 있을까 아무리 작고 사소한 일이든 큰일이든 한 순간 한 치의 앞을 엿볼 수 없듯이 그 결과는 부딪침으로만 느끼게 되는걸까 잠시 망연자실 푸념을 뱉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얼추 점심때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까지 참았던 시장기마저 그를 괜한 스트레스가 신경이 거친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 세 식당이 아니면 식당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집착에 오기라도 부리는 것만 같았다.

그는 다시 아까 갔던 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그 곳에 도착했을 때 점심때를 한참 지나서인지 그제서야 주차공간과 식당 안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점심을 칼국수로 게 눈 감추듯 먹고 나서야 불만은 간데 없고 만족해진 배부름 속에서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