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만 보다 위성정당 방지에 최선을
국민기만 보다 위성정당 방지에 최선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12.10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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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를 현행 준연동형에서 과거의 병립형으로 되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문에 두 사람이 내놓은 답이다. 언론에선 두 대표의 발언을 근거로 `지역구를 반분한 거대 양당이 비례 의석까지 싹쓸이 하는 병립형 회귀로 민주당이 가닥을 잡은 것 같다'는 보도를 내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패스트 트랙이라는 비상 수단까지 동원해 관철시킨 제도이다. 비례 의석의 배분에 소수정당이 얻은 정당지지율을 우선 반영해 양당독식 구조의 폐단을 개선하겠다는 개혁 취지가 담겼다.

제3의 정파들로 완충지대를 꾸려 툭하면 파국을 빚는 양당 대결정치에 합의와 중재의 여지를 늘린다는 점에서 적잖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차례로 비례의석만 노린 변칙 위성정당을 출범하며 이 제도는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다시 총선을 목전에 둔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선거처럼 여야가 위성정당 경쟁을 펼쳐 제도를 무력화시키느니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시계바늘을 과거로 돌려서는 안된다는 명분론도 만만찮다. 당내 의원 75명은 온전한 준연동형비례제 시행을 주장하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여당쪽만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의석을 독차지 할 수도 있는 만큼 욕을 먹더라도 비례의석의 안정적 확보가 보장된 병립형으로 후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수차에 걸쳐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제'를 공약했다.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해야 종국에 이길 수 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까지 언급하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준연동제를 스스로 파기한 과오를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유불리를 따진 셈법 앞에서 파기될 공산이 높아졌다.

`모든 약속을 다 지켜야 되느냐'는 홍익표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려야 할지도 모를 이 대표를 변호하는 말로 들린다. 민주당의 식언에 국민이 한두번 실망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낯두꺼운 말이다. 당과 대표가 누차 공언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어찌됐나?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이 된 이 대표 본인이 동료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하는 비굴한 과정을 거쳐 휴지통에 던져졌다.

지난 2021년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자당의 귀책사유로 치르는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못박은 당헌을 뜯어고쳐가며 후보를 출마시켰다. 결과는 참담했다. 두곳 모두 압도적 표차의 패배로 끝났다. 당시 서울서 당선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에게는 서울시장 선거 역대 최다 득표수, 최고 득표율 기록까지 선사했다. 국민을 기만한 오만한 행태는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고스란히 재연했다. 당헌을 개정해가며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출마시켰다가 민심의 철퇴를 맞았다.

이 대표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했지만 최악은 따로 있다. 앞에 언급한 두 사례 처럼 당장의 계산에 눈멀어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가 양심까지 털리는 처절한 패배를 당한 경우도 숱하다는 말이다. 연동형 비례제가 필요악 수준으로 전락한 국회를 일거에 바로세울 명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학자들은 굳건한 양당제에 국민 반대로 비례의석도 늘릴 수 없는 현실에서 국회에 다소나마 변화를 줄 유일한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꼽는다. 국민의힘과 담합한 역주행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준연동제를 유지하며 위성정당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민주당이 갈 길이다. 국민의힘이 띄울지도 모를 위성정당에 대해서는 유권자 심판에 맡기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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