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입단속도 못하면서 국정 맡겠나?
식구 입단속도 못하면서 국정 맡겠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11.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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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논란이 쉬 수그러들지 않고있다. 그는 동료 의원의 출판 기념행사에 참석해 조지 오웰의 소설을 언급하며 “동물농장에서도 암컷이 설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를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당 안팎에서 여성을 폄하한 가부장적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실언이 심각한 파장을 낳고있는 이유는 진보를 표방한 정당에서 시대착오적인 설화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최근 지탄을 받았던 민주당 인사들의 문제적 발언을 꼽는데만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지난 7월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왜 나이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남은 수명을 감안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아들의 말을 소개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역풍을 맞았다.

지난 17일에는 총선용으로 내건 현수막이 문제가 됐다.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담겨있었다. 청년들을 정치와 경제에 무지한 집단이자 물질만 추구하는 속물 세대로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당은 사과와 함께 현수막을 철거해야 했다.

지난 21일에는 허영 의원의 가벼운 입이 구설에 올랐다. 그는 국회 정개특위에서 여당 의원이 민주당이 주장하는 준연동형제의 난해한 계산 방식을 두고 “국회의원도 모르는 산식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느냐”고 따지자 이렇게 대답했다. “국민은 그것을 알 필요가 없다. 국민들이 산식을 알고 투표하겠느냐”. 유권자를 모욕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사과하고 정개특위에서 물러났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밀려 탈당한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출판 기념행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 운운했다가 한참 후배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으로부터 “인간이 덜된 것 같다”는 치욕적인 훈계를 들었다.

민주당의 자해성 막말 퍼레이드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저품격을 지적해야 하겠지만 당의 미적지근한 대응이 요인으로 꼽힌다.

최 전 의원의 경우 지난해 4월에도 여성 보좌진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방에서 성적 행위를 연상케 하는 이른바 `짤짤이' 발언을 했다가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다. 당 윤리심판원은 두 달이 지나서야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그 징계는 여태까지 마무리되지 않고있다.

최 전 의원이 징계에 불복해 청구한 재심이 1년이 넘도록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사면을 해준 꼴이다. 당시 징계가 단호하게 추진됐다면 최 전 의원의 입이 좀 더 무거워지지 않았을까?

당의 느슨한 자정 시스템은 욕을 키워서 먹는 악습으로 이어졌다. 막말에는 동료의 비호 발언이나 구차한 핑계가 따라붙기 일쑤였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다 막판에 가서야 머리를 숙이는 지도부의 행태는 이제 패턴이 돼버렸다. 김은경·최강욱 발언에 대해선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양이원영 의원), “`동물농장'에 나온 상황을 설명한 게 무엇이 잘못됐단 말인가”(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동조가 이어졌다. 청년비하 현수막은 기획사 탓으로 돌려졌다.

최 전 의원 발언을 두고 박찬대 의원이 SNS에 근사한 말을 올렸다. “아무 것도 하지않으면 실수도 없다”. 당을 위해 열심히 뛰다보니 빚어진 실수라는 옹호의 글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험지라 할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은 이 실수가 `쎄빠지게 골목길 돌아놓으면 한방에 다 말아먹는' 수준의 재앙이라고 했다. 지금 민주당과 그 언저리에는 아무 것도 하지말아야 당에 도움이 될 인사가 수두룩하다. 국민의힘의 도마 위에 스스로 올라가는 행위까지 실수라고 보듬다가는 당이 그 도마에 눕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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