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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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3.11.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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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마당정원 예원의 시골살이 3년은 꽃을 가꾸는 해였다. 시간이 지나고 꽃들이 자리를 잡았다.

봄에서 가을까지 꽃들이 무리 지어 피어났다. 저마다 이름이 다르고 생김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꽃은 정말 아름다워 돌봄의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방문하는 사람들도 모두 좋아하니 투자 이상의 가치를 거둔 것이 분명하다.

예원의 뜰을 꽃들이 차지했지만 집을 모두 채울 수는 없다. 집안 여기저기에 튼튼히 자리 잡아 줄 나무가 필요하다. 꽃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정원을 물들이지만 정원의 특색은 나무가 결정한다.

아버지께서 심어놓은 나무가 굳건히 집을 지킨다.

예원의 수문장은 덩굴장미와 팽나무다. 아버지가 처음 집을 지은 1995년에 심었으니 벌써 스물여덟 살이 되었다.

처음 이사와 배달 음식 때문에 전화했더니 주소를 묻는다. “아, 덩굴장미 집요. 앞으로 주문할 때는 상송마을 덩굴장미 집이라고 하세요.” 우리 집 주인이 덩굴장미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팽나무가 멋진 자태로 서 있다. 멀리서도 잘 보여 팽나무 집으로 불러도 된다.

집 찾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팽나무를 말해주면 쉽게 찾는다.

보통 나무는 하늘을 향하지만 이 녀석은 겸손하게도 땅에 시선을 둔다. 한 해 한 해 폭풍 성장을 하더니 이제는 오전 내내 나무 그늘을 만든다.

이사 오던 해에는 천사 벌레로 고통받았는데 잘 견디어 내고 지금은 청년 나무가 되었다. 팽나무 옆으로 목백일홍이 자란다. 가늘던 허리가 제법 굵어지고 붉은색과 흰색의 꽃을 피울 때는 정말 장관이다. 이 녀석들이 꽃을 피우면 꼭 장마가 시작되어 아름다운 꽃을 오래 보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쉽다.

비닐하우스 옆 언덕 밑으로 자작나무를 줄지어 심었다. 3년 정도 지나니 자리를 잡고 빠르게 성장한다. 올해는 제법 자작나무 티가 난다.

나무나 꽃이나 모두 뿌리가 튼튼히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 참죽, 조팝, 두릅, 가시오가피, 모과, 복숭아, 살구, 자두, 명자, 블루베리 나무가 모두 잘 자라나 마당정원 예원의 식구가 되었다.

예원에서 가장 멋진 나무는 소나무다. 집 뒤로 세 그루, 집 앞에 두 그루를 심었다. 집을 빙 둘러싸고 있다. 안젤라를 특별히 사랑하는 분들이 준 선물이라 더 소중하다.

나무를 잘 키우려면 적절한 때에 가지치기를 잘해주어야 한다. 가지가 너무 많으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벌레가 생겨 나무가 괴롭다. 필요하지 않은 가지는 과감히 잘라내고 필요한 가지는 모양을 잘 잡도록 도와준다.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무의 자태와 성장이 결정된다. 버려야 할 것과 키워야 할 것을 잘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눈에 보이는 나무는 내가 잘라낸 가지와 키워낸 가지의 합이다.

행복한 삶도 가지치기와 같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행복 나무를 키우려면 잘라야 할 것은 자르고 키워야 할 것은 키워야 한다.

마당정원 예원의 나무를 보며 생각한다.

내 삶에서 잘라야 할 것은 무엇이고 키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혹시 나는 잘라야 할 것을 키웠고 키워야 할 것을 자르지는 않았을까?

행복살이를 위해 인생의 올바른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예원의 긴 겨울 동안 가지치기의 사유에 더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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