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살아있는 화석 은행나무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11.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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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여름이 늦게 물러가고 가을이 늦더니만 이젠 겨울이 오는 것도 늦어진다. 11월 초 기온이 25도 이상 30도 가까이 오를 정도이니 겨울이 먼 것처럼 느껴진다. 덕분에 곶감 만들려고 매달아 놓은 감이 홍시가 되어 빠지거나 곰팡이 생길까 걱정이다. 그래도 은행잎이 노랗게 변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오고 있음을 은행나무는 알고 있나 보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던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은행나무는 중생대 쥐라기에 번성하다 백악기 중기부터 쇠퇴하기 시작한다. 중생대 초 트라이아스기 후기 3-4계통으로 분화한 은행은 현존하는 은행나무 한 종만 남기고 백악기에 이미 멸종한다. 그 이후 신생대에 들어서면서 계속해서 서식지가 축소되어 간다. 신생대 플라이스토세까지는 한반도에서도 자생했다고 한다.

한때 번성했던 은행이 대량 멸종된 이유는 매개동물의 멸종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중생대에는 은행을 퍼뜨리던 매개동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신생대에 이러한 매개동물이 멸종함으로써 은행나무도 쇠퇴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은행의 열매는 현존하는 동물(새, 다람쥐 등)들이 이동을 도와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열매의 특성 때문이다. 은행의 열매는 씨(배젖)를 둘러싼 단단한 껍질(후벽내종피)가 있고 또 악취가 나는 육질층(육질외종피)이 이를 둘러싸고 있다. 육질층이 갖는 악취와 독성은 대부분의 동물이 먹을 수 없다. 이 악취 때문에 동물에 의해 씨가 이동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현존하는 은행나무 대부분은 사람에 의해 심겨진 것이다. 중국 저장성 일부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발견됐는데 확실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나무는 2억7000만년 전의 것이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한다. 은행나무는 작은 관목이 생겨나기 전에 진화한 식물인데 관목이 생겨나면서 어린 은행나무는 살아남기가 더 어려워졌다. 주변 환경이 변하면서 현재의`은행나무(Ginkgo biloba)'는 오래 사는 식물로 본줄기가 죽거나 베어내도 맹아가 잘 돋아나는 생명력과 열대나 한대만 아니면 어디서든 자라는 적응력을 가지고 버텨왔다. 그러다가 인류라는 새로운 매개동물을 만나게 된 것이다. 현재 은행나무는 국제자연보호연맹 적색 목록에서 멸종위기종에 속해있다. 인류가 멸종하거나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서식지를 넓혀 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현존하는 은행나무는 동아시아 원산으로 암·수딴그루이다. 노란 열매의 모양이 살구와 비슷해 은행(銀杏, 은빛 살구), 속칭으로 행아(杏兒)라고 부르며 30년은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해 `공손수(公孫樹)'로 불리기도 한다. 열매는 `백과(白果)', `압각자(鴨脚子)' 등으로도 부르며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 MPN(4-methoxypyridoxine)이라는 독성물질이 있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인류보다 훨씬 먼저 이 땅에 살아온 그들의 선견지명이 놀랍기만 하다. 아무리 냄새가 나도 은행 한 바구니 준비해서 추운 겨울에 구워 먹어야겠다. 은행 털러 가자. 부자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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