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잎은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에는 옷깃을 여미는 행인들이 보입니다.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낍니다.
모두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위한 다짐을 하듯이, 수험생들도 오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과거의 노력과 준비를 되새기며 앞으로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떼겠죠?
`수능' 하면 떠오르는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3교시 영어 시험이 시작하면서 나오는 보케리니의 `미뉴에트'입니다.
미뉴에트는 프랑스어로 `우아한 걸음걸이(Minuetto)'라는 뜻을 가집니다.
17~18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춤곡으로 3/4박자의 리듬을 가지죠. 춤곡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독립된 기악곡으로 발전하면서 현재는 대중적인 클래식 음악의 한 장르로 정착했습니다.
바흐나 베토벤의 미뉴에트도 유명하지만, 수험생에게 PTSD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미뉴에트는 바로 보케리니의 미뉴에트일 것입니다. 수능 시험에 사용되는 클래식 음악이라니, 영어 듣기 평가에는 왜 보케리니의 미뉴에트가 사용됐을까요?
`쿵짝짝' 하는 규칙적인 왈츠 리듬은 사람의 심장 박동과 닮아있다고 합니다.
태교를 위한 클래식 음악이나 큰 행사 전 연주하는 식전 음악이 보통 4분의3박자나 8분의6박자 계통의 음악인 것도 이러한 이유죠.
혹시 `내 이름은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신 적 있나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인공은 회전문에 진입해야 하는 긴장된 상황 전에 `쿵짝짝' 하는 4분의3박자의 왈츠 리듬으로 긴장을 해소합니다.
긴장을 풀어주는 `마법의 쿵짝짝'이라니! 지금 시험장에 있을 수험생들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주문은 없겠죠.
3교시 시작 전 흐르는 클래식 음악에 담긴 의도는 잔뜩 긴장한 수험생에게 안정감을 주고 집중해서 본인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와 응원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고전 시대 작곡가라고 하면 모차르트, 베토벤을 떠올리겠지만 보케리니 또한 고전 시대에 활동하던 실내악 작곡가로서 궁정 풍의 우아한 선율과 섬세한 화성 진행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특히 첼로 연주 실력이 뛰어나 첼리스트로도 활동했죠.
보케리니의 미뉴에트가 현악 5중주 편성으로 첼로 2대가 편성된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보케리니는 첼로 2대를 편성해 중후함과 품격을 높인 혁신적인 현악 5중주 장르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미뉴에트가 가진 4분의3박자의 안정적인 3박 리듬과 첼로의 탄탄한 베이스 라인은 긴장된 수험생들의 마음에 안정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은 수험생의 가족이거나, 힘든 수험생 시절을 겪어 보았거나 앞으로 겪어야 할 누군가일 텐데요.
보케리니의 현악 5중주 `미뉴에트'를 감상하면서 미뉴에트가 가진 뜻인 `우아한 걸음걸이'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수험생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오늘 시험장에서 오롯이 자신의 능력을 쏟아내고 있는 청원고 15기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