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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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3.11.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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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옛날 서울 장 안에 오부자라는 거상이 살고 있었다. 돈 많고 부러울 것 없는 그에게도 큰 걱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은 점점 늙어만 가는데 이 큰 상단을 이끌어 갈 사람이 필요했다. 오부자는 몇 날을 고심한 끝에 세 사람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두 오부자를 도와 상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은 한식, 두석, 세돌이었다.

오부자는 그들이 후계자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을 하기로 하였다. 어느 날이었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져 금새라도 먹구름이 비를 쏟아 낼 듯한 그런 날이었다.

오부자는 그들을 불러놓고 그들에게 각각 소금 한가마니씩을 주면서 3일안으로 가장 많은 이문을 남겨오는 자에게 상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들은 곧바로 각자 소금을 지고 사람이 많은 시장으로 갔다.

그런데 그들이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사람은 소금이 젖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속수무책으로 어느새 소금은 점점 줄어만 갔다.

한식은 소금이 아무리 줄어도 이문을 되도록 많이 남기기 위해서는 싸게 팔수가 없었다.

그러나 두석은 점점 줄어드는 소금을 보며 싼 값으로 이문을 남기지 않고 팔려고 하였다.

세돌 역시 고민이 깊어가던 중 번뜩이는 것이 있었다. 세돌은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하여 장안에서 소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세돌은 그를 찾아가 미련 없이 반값도 안되는 값으로 소금을 모두 팔았다.

세돌은 그 돈으로 어떻게 하면 이문을 남길 수 있을까 궁리를 하였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주룩주룩 쏟아졌다.

세돌은 비를 바라보며 지금 가장 잘 팔리는 물건과 가장 안 팔리는 물건을 생각해 보았다. 순간 세돌의 눈 앞으로 행인들이 우산을 쓰고 가는 광경들이 보였다.

세돌은 소금 판 돈으로 우산을 몽땅 샀다. 예감대로 우산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그렇게 서너차례 팔고 나니까 돈이 제법 두둑하였다.

아직도 비는 내리지만 우산을 파는 일은 그만 접고 가장 안 팔리는 짚신을 샀다. 얼마지나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이자 사람들은 젖은 짚신을 벗어 던지고 새 짚신을 사기위해 몰려 들었다.

세돌은 비올 때 헐값으로 산 덕에 이문을 많이 남길 수가 있었다. 정신없이 다 팔고 나니 정해진 3일이 다 되었다. 그들은 오부자에게 소금 판 돈을 보여주었다.

한식은 몇 푼도 손에 쥐지 못하고 줄어든 소금을 그대로 갖고 돌아왔다.

두석은 싼 값으로 판 이문 없는 소금 값과 다 팔지 못한 소금을 도로 가지고 돌아온 것이 한식과 별 다르지 않았다.

그런 반면 세돌은 오부자 앞에 소금의 열배 값이 넘는 돈을 내놓았다. 그 광경을 보고 놀란 오부자는 세돌이 어찌 이 돈을 벌었는지 궁금했다. 세돌에게 이야기를 들은 오부자는 결정 지은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크게 웃었다.

사람들에게 같은 일이 주어졌을 때 위기를 맞는다면 각자의 선택과 변화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 다양할 수 있다. 더구나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대전환이라는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위기는 변화를 낳고 그 변화는 선택을 낳는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그대로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위기를 맞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설령 그 변화가 어긋난다해도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고서는 목적달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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