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 승인 2023.11.09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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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강창식 충북도 환경정책과장

 

고규창 전 행정안전부 차관께서 얼마 전 운명을 달리하셨다. 갑작스런 별세 소식은 꽤 충격이었고 놀람 그 자체였다. 더욱이 고인의 연세가 환갑 전이라 뜻밖이었다. 
아는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고인은 지난해 차관직을 내려놓으신 후 올 1월 음식물 소화 기능에 문제가 있어 서울 유명병원을 찾아간 결과 췌장암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우시다 그리 허망하게 되신 모양이다. 췌장암은 발견이 어려워 증상이 있고 검사를 하면 십중팔구 말기라는 말이 와 닿았다.
고인과 나는 따뜻하고 가슴 뿌듯한 추억이 있다. 십여 년 전, 내가 6급 직원으로 있을 때 고인은 도청 정책관리실장으로 부임해 오셔서 처음 만났다. 당시 도지사는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재임기간 할 일에 대한 비전을 수립해 도민들께 발표하는 일이 화급한 현안이었다. 
사실 도청 일은 여러 가지로 복잡다단해서 도지사의 철학을 담아 이를 전체적으로 내다보고 잘 엮어 비전을 제시하는 일은 꽤나 골치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일을 붙잡고 해낼 엄두도 못냈지만 누군가는 맡아서 꼭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비전선포식을 한달 여 앞두고 정책기획관실로 인사발령 통지를 받고 그 일이 맡겨졌다. 
또한 고인은 도정 비전 수립의 무거운 책임을 맡고 있는 정책관리실장이었다. 이른바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일에 대한 중압감과 두려움은 너무나 컸다. 고인도 담당자인 나도 모두 비전 수립 업무경험이 많이 부족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나갈지 참 막연하고 답답했다. 그렇다고 고민만 한 채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그래서 옛말에 ‘천리길도 한걸음’이라 했듯이 도청 각 부서별로 자료를 받고 또 다른 기관들의 비전 수립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검토하면서 일의 속도를 붙여 나갔다. 그러다 보니 밤을 낮삼아 일할 수 밖에 없었고 거의 날마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 불을 밝혀야 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탄생한 비전이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 비전 2014’였고, ‘3+1 프로젝트’, ‘신수도권의 중심 충북’과 같은 용어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도지사께서 수립된 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셔서 마음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고인은 행정안전부로 복귀하셨다가 도청 행정부지사로 부임해 2년 정도 근무하신 후 다시 행정안전부로 옮기셔서 차관까지 오르셨다. 차관직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이라면 누구나 간절히 염원하는 꿈의 자리이다. 
그러셨던 고인은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이제 한창 삶을 여유롭게 즐길 나이인 환갑도 못 넘기고 허망하게 하늘나라로 가시고야 말았다. 성경 시편에 ‘천년이 지나간 어제 같으며, 밤의 한 순간 같다’ 했고, 맹자는 ‘인생이 얼마나 빠른지 문틈으로 말 한 마리가 달려간 것을 본 것과 같다’고 했다. 
짧은 인생이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미련과 후회 없이 잘 살다간다고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생전 고인은 이웃과 가족을 위해서는 많이 유(柔)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강(剛)하셨던 기억이 많다. 
그래서 어쩌면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오히려 독(毒)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자신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본다. 고인의 부재(不在)는 지역으로도 큰 아픔이자 손실이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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