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벗어날 때도 됐다
이젠 벗어날 때도 됐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11.07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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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여당인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꺼내 들면서 나라 전체가 또 시끄러워졌다. 김포 출퇴근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점, 즉 김포시와 서울이 같은 생활권이란 것이 국민의힘에서 내세우고 있는 주된 명분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생각과 달리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서울 시민은 물론 대전·세종·충청·강원지역 주민 60% 이상이 부정적이고,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부산·울산·경남지역 주민들 조차도 50%가 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부 김포 시민들까지도 낮은 현실성을 지적하면서 “지하철이나 더 연결하라”고 일갈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 지사의 말 그대로 국민 갈라치기를 넘어선 국토 갈라치기 정략이고, 아주 참 못된 정치가 아닌가 싶다. 필자 역시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을 잠재우고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민심을 갈라놓기 위한 고단수 정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다가오는 총선 판의 표심을 흔들기 위한 반전 카드로 밖에 달리 해석이 안된다. 한마디 더 얹는다면 부동산 등의 경제적 이득을 노리는 자들의 표를 집결시키기 위한 총선 떡밥일 뿐이다.

국민의힘 뜻대로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는 일이 그리 쉽다면 늘 수도권 인접 지역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필자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이나 옆 지자체 진천군, 더 나아가 청주시도 곧 서울이 될 수 있고, 충북 전체가 줄줄이 서울이 될 수 있겠다. 아니 대한민국이 온통 서울이 될 날도 머지않았겠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에도 오랜 시간에 걸친 검토와 분석, 비전 제시, 주민 공론화, 도의회 의결까지 거쳤음에도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대전에서 열린 지방자치와 지역균형발전의 날에 참석해서 지방시대를 소리높여 강조했다. 이런 판에 김포시 서울 편입이라는 국가대사(國家大事)를 콩 꿔 먹듯이 추진하겠다는 국민의힘 발상은 어디서 생겨난 자신감인지 참으로 해괴하다.

국민의힘 입장으로 볼 때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꺼내 들자마자 과천, 구리, 하남, 광명, 부천 등 서울 인접 경기도 지역의 반응이 요동을 치니 어찌 보면 성공적인 카드로 착각하면서 자화자찬 중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어디 하루 이틀 일이었던가!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들의 술책에 국민들이 또 속아 넘어가기에는 김포시 서울 편입 카드는 속내가 너무 빤하게 들여다보인다.

내년 총선이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처럼 국민의힘이 또다시 참패했다고 치자. 과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지금처럼 계속 김포시 서울 편입을 당의 최대 숙원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의기투합할수 있을까? 아마도 총선 실패의 원흉이 된 김포시 서울 편입 카드를 처음 꺼내든 당대표와 지도부를 숙청하기에 바쁘고 당내 권력을 차지하는 일에 더 혈안이 될 것이 뻔하다.

어차피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는 내년도 총선까지 이어지게 돼 있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김포시 서울 편입보다 더 거창하고 화려한 공약은 여기저기서 마구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서민이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입발림 공약에 속고 또 속으면서도 믿고 또 믿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 왔다. 이젠 그만 속고 그만 믿을 때도 됐다. 정치가 윤리적이길 바라는 우매함에서 이젠 벗어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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