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횡재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11.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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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은행들이 독과점 구조에서 고금리 시대에 편승해 `이자 장사'를 하며 쌓아놓은 막대한 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횡재세 부과 여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으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민생 현장을 방문해 듣고 온 발언들을 소개하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다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이런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혀 은행권을 향해 재차 경고에 나섰다.

대통령의 경고에 우선 시중 대형 은행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36조2071억원으로 2년 전(26조7102억원) 대비 35.6% 급증했다. 2021년(29조7098억원)에 비해서도 21.9%나 증가한 규모다. 수익 증대에 따라 은행 임직원의 연봉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개한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급여·상여·기타 근로소득 포함)은 1억1006만원으로 2년 전(9841만원) 대비 1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임금 인상폭이 연 98882~3%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상이다.

가뜩이나 많이 받는 연봉에다 상승률까지 높아지니 급여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485만원, KB국민은행 1억1369만원, 신한은행 1억1078만원, NH농협 1억622만원, 우리은행 1억47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3대 인터넷전문은행들(카카오·토스·케이뱅크)도 역시 억대 연봉을 자랑했다. 평균 연봉이 1억1376만원으로 5대 시중은행을 넘어서는 액수다. 카카오뱅크가 1억357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토스뱅크(1억1604만원), 케이뱅크(8945만원) 순이었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런 돈 잔치에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서민, 자영업자들의 피땀이 서린 `종노릇'이 큰 몫을 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3년여전부터 닥친 고금리 기조에 기존 채무자들은 2~3%였던 변동 대출 금리를 6~7%대로 갚아나가야 하는 지경이 됐다. 그나마 이는 시중은행권을 이용했을 때이며 2금융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최고 20%대에 육박하는 금리 부담으로 허덕이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신용도가 높아 저리로 돈을 빌릴수 있고,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은 신용 점수가 엉망이어서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하는 슬프고 암담한 현실. 대통령에게 “우린 은행들의 `종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한 소상공인의 울분이 이번 금융정책에 어떻게 반영이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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