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는 성공할까
인요한 혁신위는 성공할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10.29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의 빈번한 등장. 우리나라 정당에서 나타나는 고질적 현상 중 하나이다. 혁신의 절박성이 상시 요구되고 툭하면 비상 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이 투영됐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공한 사례가 드문데도 혁신위와 비대위의 출현이 거듭되는 것도 특징이라며 특징이다.

특히 혁신위는 거의 모두 면피용이나 전시용 혐의만 뒤집어쓴채 실패작으로 마감됐다. 출발할 때마다 `환골탈태'와 `재창당의 각오'따위의 결기를 쏟아내지만 당내 밥그룻 싸움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얼마 전 민주당이 운영했던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그짝이었다. 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와 의사당 코인거래 의혹까지 겹쳐지며 멀어진 민심을 되돌리고자 출범한 기구였다. 하지만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의 당론화' 부터 당내 반발에 봉착해 온전한 추인을 받지못했다.

총선을 앞두고 땅에 떨어진 당의 도덕성 회복이 지상과제였지만 1년도 더 남은 전당대회에 적용할 대의원 문제를 건드리다 친명-비명 간 갈등만 부추겼다.

혁신 아이디어보다 입이 가벼운 위원장이 양산한 설화들이 언론을 장식했다. 혁신위는 활동시한을 한달이나 앞당겨 종결을 선언했고, 당내에선 혁신위가 가장 잘한 일이 `조기폐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혁신위의 성공은 국민이 공감할 혁신안 창출과 내부 설득을 통한 관철에 달려있다. 김은경 혁신위는 국민이 감동할 혁신안 마련에도 접목에도 모두 실패했다. 나중에 당대표의 구차하기 짝이없는 번복 행위로 휴지조각이 돼버린 1호 혁신안이 철저한 실패의 증좌로 남아있을 뿐이다.

국민의힘도 최근 혁신위의 닻을 올렸다. 서을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내년 총선에서의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이 되자 인요한 연세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영입해 혁신위를 출범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김은경 혁신위와는 다를까? 다소 불안하다는 점에서 출발은 대동소이하다. 인 위원장은 첫 제안으로 화합 차원의 당원 징계 해제를 내놓았지만 대상인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화답을 거부하며 김이 빠져 버렸다. 혁신위원 인선도 호평을 받지못하고 있다. 대선 당시 선거캠프나 인수위 출신들이 눈에 띌뿐 당과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비주류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 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영남 물갈이론'을 강조했다. 그제는 김기현 대표까지 거명하며 영남 중진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장려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영남의 공천 쇄신이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의 본질에 부합하는 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실의 오만과 그 오만을 방조한 당의 무능이 선거 패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혁신위가 할일은 할말도 못하는 당의 허약한 체질부터 쇄신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은 엇그제 한 방송에서 “손님들이 음식 맛이 없다며 다 떠났는데 주방 셰프는 그대로 두고 홈 서빙 메니저만 교체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에 대한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는 주장이었다. 인 위원장이 곱씹을 말이다. 그는 혁신위를 맡으며 “아내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내와 자식이 가업에 망조를 드리운 장본인이라면 어쩌겠나? 누군가로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엄히 경고해 과실을 바로잡거나 손을 떼도록 단도리 하는 것이 맞다. 홀의 식탁을 재배치하고 메뉴판만 바꾼다고 음식 맛이 없어 떠난 손님들이 되돌아오지는 않을 터이다. 주방을 손보지 않고서는 식당을 살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선거때마다 대두되는 레퍼토리라 혁신이랄 것도 없는 `영남 물갈이'에만 집착하다가는 당내 갈등과 분열의 골만 넓히고 사라진 김은경 혁신위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전권을 주겠다”고 한 김기현 대표, “공천과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실의 실천 의지도 중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