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도시(圖示)하다
2023 도시(圖示)하다
  • 강석범 청주 복대중학교 교감
  • 승인 2023.10.25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학교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학교 교감

 

몇 해 전, `도시(圖示)하다'라는 개인전 팸플릿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림은 온통 도시(都市) 속 아파트인데 도대체 여기서 말하는 도시(圖示)는 뭘까? 한자어 그대로는 `그림을 그리어 보이다' 일 텐데, 막상 그림을 들여다보면 도시 속 고층 아파트로 빼곡하다.

여기서 잠시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도시(圖示)하다-는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현대적 도시(都市)를 표현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또 한자어 그대로 나의 눈을 통해 바라본 나의 미술적 표현행위를 총체적으로 연결하는 나만의 `조형 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막히게 이름하였다. 하하하

정말 환상적이다. 화면 가득 오색찬란한 조명을 담은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다. “정말 도시(都市)하네?”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도 나온다. 나도 모르게 몇 층인가 세어본다. 오~ 26층~. 이 정도면 고급 아파트 단지다.

이쯤에서 나도 작가 시각으로 도시(圖示)해보자. 참 사연도 많아 보인다. 어쩜 저리 사연들을 품고 있을까? 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엿들어본다. “우리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다는데, 우리 이제 부자네?”. “당신 진짜 `벤츠'로 바꿀 거야? 아우디가 어때?”. 어휴~ 이 아파트는 온통 잘 나가는 분들만 계시나 보다. 어쩐지 조명도 더 화려해 보인다.

동그란 점으로만 그림을 표현했는데 드로잉하듯 심리적 외곽선이 분명하다. 명암까지 의도한 듯 느껴진다. 고수다! 형태와 색의 단순화와 점으로만 연결 지었는데 기본적인 드로잉과 화면 질서가 견고하다. 흠칫 작가적 고지식함과 완고함이 숨어 있다. 이건 기질이다.

도시 속 농촌인가? 아니면 농촌 도시일까? 오은주 작가님이 머물고 사는 곳이 그렇다. 신도시 간판과 더불어 고층 아파트가 하늘로 치솟을 때 모두는 감격했는지 모른다. 바로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다.

몇 해 전 그곳 저만큼 한적한 공간에 단아한 작업실을 꾸몄다. 가을 물씬 풍기는 마당을 거닐며 가을꽃과 들풀 내음에 빙그레 웃는다. 작가의 공허함을 아늑히 채워주는 고향 그곳 작업실에서 가로 2M가 넘는 커다란 작품들 사이로 분주히 움직인다. 자연(自然)을 그리고 도시(都市)를 도시(圖示)하면서 말이다.

오랜 시간 오은주 선생님의 작품을 보아왔다. 워낙 꼼꼼한 성품으로 밀도 있는 작품 완성도에 늘 감동했다. 언젠가부터, 그동안 구축해놓은 당신의 작업 틀을 깨 내려는 힘든 몸부림도 눈치 챘었다.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랬다. “응? 저분 진짜 작가가 되려고 그러시나?” 그 꼼꼼한 분이 `툭~' 하고 무심히 덜어낸 단순화 작업은 그래서 더더욱 힘들다. 그런데 그걸 또 해낸다. 이젠 프로다!.

지난여름 학기를 끝으로 그동안 몸담았던 `선생님'이라는 공인에서 `자연인'으로 자리하셨다. 그리고 오는 11월7일부터 12일까지 한국공예관에서 작가 오은주님이 그동안 옹골차게 준비한 새로운 조형 작품으로 여러분을 맞이할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힘주어 말씀하신다. “전업 작가로서 출발이 약간의 두려움과 책임감, 복잡한 심경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냥 `미술인'이라서 좋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