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인규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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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윤명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사무총장
  • 승인 2023.10.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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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윤명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사무총장
조윤명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 사무총장

 

최근 홍범도장군 흉상 이전 문제가 뉴스의 초점으로 되고 있지만 이러한 논란은 어느 시대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있었던 이슈이다. 심지어 로마 시대에는 기록말살형(記錄抹殺刑)이라는 형벌도 있었다고 한다.

원로원의 결의로 그 사람의 기록을 모두 없애는 형벌이다. 공식문서는 물론, 그림이나 조각상에 새겨진 이름을 지우고 조상(彫像)도 파괴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 당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는 자신이 이룩한 업적이 너무 많아서 하나의 비석에 모두 기록할 수 없을 테니 아무것도 새기지 말고 비워 두라고 하여 측천무후의 비가 무자비(無字碑)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중국 최초의 여성 황제였던 만큼 스토리가 많았던 측천무후가 죽으면서까지 또 하나의 스토리를 남긴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영화`십계'에서 이집트 파라오가 유태인 탄압을 지시하면서 옆에 선 신하에게 “이를 행하고 이를 기록하라! (Let it be done, Let it be written!)“고 명령하는 장면에서 보듯이 누구나 자신의 업적을 후대에 남기고자 한다. 한때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와싱톤, 루스벨트, 링컨, 프랭클린 대통령상이 조각된 러시모어 석상에 자신도 새겨 넣고 싶다'고 한 일화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논란이 되었던 일이나 퇴임 후 자서전 집필을 가장 중요한 일과로 생각하는 유명 인사들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실제로 로마의 카이사르도 갈리아 전기나 내전기 등의 기록이 없었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두 권의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역사의 중심인물이 되었을까. 삼국사기의 열전 10권 중 3권을 메운 김유신 장군의 기록이 없었다면, 또 난중일기라는 이순신 장군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기록이 존재하느냐' 여부에 따라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를 구분할 만큼 인류에게 기록은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기록 중에서도 인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기록은 유네스코에 등재하여 세계유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소중한 세계적인 기록을 관리하기 위해 유네스코 산하에 설립된 전문 국제기구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이다.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2019년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 간 설립협정을 체결하고 그간 행정절차를 마치고 금년 11월1일 개관을 하게 된다. 개관식과 함께 세계기록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컨퍼런스를 열어 세계기록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한 국제기록유산센터에 대한 기대와 활동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또 일반인들에겐 `세계기록유산 인류의 빛이 되다'라는 주제로 세계기록 특별전시회를 열어 세계기록유산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한눈에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 유네스코 국제기록센터는 연면적 1000여 평이 넘는 4층 규모의 외형적인 존재감이 아니라 위험유산 보호 및 잠재기록물 발굴을 위해 아프리카 등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기록관리 역량을 증진해 나갈 것이다. 더불어 1992년부터 유네스코에 등재된 125개국 7개 기구 496개 기록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상황을 체크하고 지원 체제를 구축하여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기록유산의 보존관리는 물론 등재 기록물에 대한 디지털화를 통해 세계기록정보 허브를 구축할 것이다.

특권층에 독점되었던 지식정보가 직지심경의 금속활자를 통해 지식의 대중화와 민주화가 실현되었듯이 앞으로 국제기록유산센터는 세계기록유산의 정보 허브를 통해 세계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정보의 인큐베이터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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