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쳐다보는 거야!
왜 쳐다보는 거야!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3.10.19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짧은 가을이 왔다. 높고 푸른 백색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간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풀밭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귀를 대어본다. 보이는 것은 맑고 깊은 천마를 닮은 구름이다. 행운일까?

일 년을 살면서 우리는 하늘을 몇 번이나 쳐다볼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기에 쳐다볼 일이 없는 걸까?

저 멀리 하루가 있는 곳에서 일찌감치 하늘의 떠도는 별을 쳐다보다가 달도 같이 보게 된다. 달과 별빛을 보면서 평화의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달님, 별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혹시나 달과 별들이 나를 내려다보면서 불편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을까? 또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몇 번 쳐다보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과 여운이 남는다.

갑자기 쳐다보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된다. 다른 사람 밥 먹는 거 쳐다보는 사람이 제일 추저분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식당에 들어서면 딸아이는 늘 걱정하듯 남에게 시선을 두지 말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의지적으로 쳐다보는 게 아닌데 때론 억울하다는 생각이다.

별 뜻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무심히 쳐다보기도 하고, 식당이나 전철역에서도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곤 한다. 반면 아무리 별 뜻이 없다고 해도 습관처럼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의식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과 단순히 오지랖으로 쳐다볼 수도 있겠다. 일부러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겠다.

도대체 어디다 시선을 두라는 건지? 세상을 쳐다보는 시선이 어딜 향해야 하는지 물어볼 작정이다. 그러고 보면 쳐다보는 것들이 많다. 길을 가다가 신발가게 앞에서 다양한 신발을 보기도 하고, 꽃집을 지나다 보면 예쁜 꽃들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물론 인형 가게 앞에서는 예쁜 인형만 쳐다보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쳐다보다 순간, 누가 나를 쳐다본다는 생각에 불쾌감이 생기나 보다. 내 감정이 들킨 것 같아서일까? 아니면 무작정 화가 나는 것일까? 이럴 때는 같이 있는 사람은 주위를 경계하고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하게 된다.

내 생각에는 세상이 각박해져 가는 이유에서 원인이 있겠다. 그러니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필요하겠다.

엄마와 딸아이가 얼굴을 쳐다보며 도란도란 걸어가는 모습이 다정스럽다. 공원에서 할아버지들의 싸움을 쳐다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옆에서 소꿉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뭇 진지하다. 가을 하늘을 우러러 자신의 부끄러움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평범한 것이 `참'이겠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보면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자기를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중심이 되어 지내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자신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다시 말해 자신이 뭘 모르고 있는지를 모르는 사람이다. 관념 안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나는 너를 보면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너는 나를 보면서 나를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만들어서 그들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서로에 대해 감정의 깊이를 알고 이해하고 그런 사이에서 자기 자신들이 인지하는 것만큼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나로서 바라보고 나로서 사는 것. 그것이 나에게 너에게 존재감을 주는 게 아닌가? 네가 나를 앎으로 우리는 서로 감정을 이해하며, 서로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다면 불안전한 시작은 없을 것 같다. 그런 후 하늘을 보든, 땅을 쳐다보든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