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자
오늘을 살자
  • 박경전 원불교 청주 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23.10.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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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아주 오래된 영화 `아저씨'에서 주인공 원빈 아저씨가 하는 말이 있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보고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는 오늘만 산다.”

액션 영화이기에 다소 거친 말투이고 거친 내용이지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명언이다.

불경인 금강경에 같은 말이 있다. `須菩提야 過去心도 不可得이며 現在心도 不可得이요 未來心도 不可得이니라.' `과거심도 불가득이며 현재심도 불가득이요 미래심도 불가득'이라는 말이며 해석하면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한글로 해석한 글도 아리송하다. 우리가 언제 과거의 마음, 혹은 미래의 마음을 얻으려 한 적이 있단 말인가. 여기에서 얻는다는 말의 뜻이 중요하다. 얻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실체가 있어 형상을 유지한 것을 내가 갖게 된다는 말이다. 형상이 있는 것을 내가 갖는다는 것을 소유라고 한다. 즉, 과거의 마음도 소유할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도 소유할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소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은 소유욕을 갖고 산다. 그리고 그 소유욕 때문에 항상 괴롭게 살고 있다. 잠시 잠깐,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내 것으로 갖는 것도 만족하지 않는다. 영원히 내 것으로 삼아야 만족한다.

하지만 인간은 영원이라는 시간 동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살아있는 동안 내 것이라는 착각만을 가지고 살 뿐이다. 그 착각으로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다행한 일이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겠다.

아주 경치가 좋은 곳 별장이 있었다. 그 별장을 A씨가 20억을 주고 샀다. A씨는 사는 곳이 도시였고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그 별장의 관리를 B씨에게 맡겼다. B씨는 A씨에게 관리비를 조금 적게 받는 대신에 A씨가 오지 않을 때에 그 별장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A씨는 처음엔 시간을 일부러 내서라도 별장에 자주 왔지만 여건과 사정상 점점 뜸해졌고 나중에는 1년에 한두 번 오는 것이 전부였다. B씨는 일주일에 3일 이상 별장에서 생활하고 관리를 하며 살았다. 그리고 A와 B는 20년이 지나고 같은 해에 죽었다. A씨는 별장을 소유하기 위해 20억과 매달 B씨에게 관리비를 주었지만 별장에서 생활한 날 수는 300일이 되지 않는다. B씨는 별장을 관리하며 매달 월급(관리비)을 받고 별장에서 생활한 날 수는 1000일이 넘었다. 자, 이 별장은 A와 B 누구의 소유였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 과거·현재·미래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하였다. 얻는다는 것은 소유라고 하였다. 소유욕은 착심(집착)의 시작이다.

우리는 과거 혹은 미래에 집착하며 살고 있다. 과거는 후회이고 미래는 상상일 뿐이다. 현재 역시 집착해서는 안 된다. 그저 현재를 충실히 살면 되는 것이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상상하지도 말며 그저 오늘을 살면 되는 것이다.

원불교의 대산종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디서 살던지 그 곳이 나의 일생에 제일 좋은 곳이고 좋은 때이다. 자기의 일생을 살 때 과거의 좋았던 것을 생각할 것도 없고 미래의 좋을 것을 생각할 것도 없다. 현재의 그때 그곳을 제일 즐겁게 생각하고 살면 일생이 새롭게 좋아진다. 지금 죽어도 좋다는 심경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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