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밭의 황금 `송이'
소나무 밭의 황금 `송이'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10.1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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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결실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다. 올해는 비도 자주 와 자연산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무더위가 늦게 물러간 탓에 가을이 늦게 시작이 되었다. 덕분에 정작 버섯이 많이 나야 할 시기에 버섯이 나지 못했다. 그러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반짝 버섯들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자연산 버섯이 있지만 버섯 중에 제일 대접을 받는 것은 단연 송이버섯이다. 소나무밭의 황금이라고나 할까? 송이! 송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왜 그렇게 귀할까?

지구 상의 생물은 크게 동물, 식물로 분류되었다. 버섯은 식물로 분류되었다가 요즘은 균류로 분류된다. 버섯은 땅이나 동식물 썩은 몸에서 균사체를 키우다가 자손을 만들기 위해 자루와 갓이 있는 자실체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보통 식용하는 부분이 자실체인데 식물로 치면 꽃과 열매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버섯의 종류는 사는 방법에 따라 크게 균근성버섯과 부후성버섯으로 나뉘다. 균근성버섯은 나무의 뿌리에서 나무와 기생이나 공생하는 버섯이며 부후성버섯은 죽어가는 나무나 낙엽을 분해하여 양분을 얻는 버섯이다.

그중에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하는 균근성버섯이다.

균근은 식물과 균류가 결합해 공생관계를 맺은 뿌리를 말한다. 이러한 균근도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된다. 균이 식물 뿌리 안의 세포까지 침입하면 내생균근이라하고 세포 안을 침입하지 않은 것을 외생균근이라 한다. 이때 균은 식물로부터 탄수화물을 얻으며, 식물에게 질소나 인산 등 양분 섭취의 중개 역할을 하여 서로 돕는 공생관계가 이뤄진다. 송이를 만드는 균은 외생균으로 소나무 뿌리 세포까지는 침입하지 않는다. 소나무는 광합성을 하여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므로 균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나무는 대부분 척박한 지역에 살고 있어 토양 속에 질소 ·인산 등이 부족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균과 공생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된다. 대체로 송이가 나는 지역은 소나무 나이가 삼십년 전후인 곳이 많은데 균근이 형성되는 시간이 그만큼 긴 탓일 것으로 추측된다. 또 나이가 많은 소나무 밭에 송이가 많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자란 소나무에게는 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숲은 빛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점차 줄어들고 잎이 넓어 적은 빛에도 잘 살 수 있는 참나무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송이가 날 수 있는 지역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공재배도 되지 않고 오직 소나무와 균 만이 송이를 만들어 내니 귀한 게 당연하다.

송이 산지마다 지방 사람들이 입찰을 보고 출입 금지 표지를 붙여 놓았다. 입찰지역이 아니고 사유지가 아닌 곳을 찾고 찾아 발걸음을 옮겨본다. 한 송이도 못 따면 운동했다 치면 되지만 그래도 욕심이 어찌 나지 않겠는가. 오늘도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한두 송이 눈에 띄면 발걸음이 가벼워질 텐데 세 송이 이상이면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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