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바고
안녕, 토바고
  • 전영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23.10.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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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카리브해에 둘러싸인 토바고는 사계절이 따뜻하고 온화하다. 파괴되지 않은 자연을 즐기려는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다. 메인 리지 포레스트 보호지역(Tobago Main Ridge Forest Reserve)은 천연기념물 새들이 많다. 골짜기마다 `나 찾아봐라' 하며 쑥꾹거린다. 오늘은 허밍버드 파라다이스와 자연보호구역을 돌아본 뒤 석양이 아름다운 비치(Mount Irvine Bay Beach)를 둘러보려고 한다.

토바고의 메인 리지 포레스트 보호지역은 세계에서 천연기념물 여섯 번 안에 드는 곳이라고 한다. 산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장화로 바꿔 신었다. 메인 리지 포레스트 보호지역을 가는 길 전봇대 위에 파릇하게 앉아있는 기생 식물이 장관이다.

인적없는 산속 새들이 정적을 깨운다. 안내는 망원경 여러 개와 카메라를 맨 조류학자가 운전하다가 멈춘다. 차를 세우고 귀를 기울여보란다. 들리지 않는다. 어디에선가 새들이 속삭이고 있나 보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자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안내자는 잎새의 흔들림이나 새들의 움직임을 아주 빠르게 알아차린다. 새소리를 들으며 언덕을 올랐다. 어느 중턱에 건물 하나가 보인다. 허밍버드 파라다이스다.

허밍버드는 토바고의 국조로 애기 손가락보다 작은 새다. 우리가 콩새, 벌새라고 부를 만큼 아주 작다. 단 것을 좋아하며 정착이란 부리로 설탕물을 먹을 때 잠시 멈추는 게 다다. 머리와 목덜미는 비둘기처럼 표현할 수 없는 초록빛을 가졌다. 일 초에 아흔 번이나 팔자 날갯짓한다. 우리는 손바닥에 설탕물이 담긴 작은 꽃잎 통을 놓고 허밍버드를 유인했다. 뾰족한 부리로 설탕물을 꼭 찍고는 날아가 버린다. 한 마리가 꼭 찍고 가면 다른 한 마리가 잽싸게 꼭 찍고 간다. 얘들도 서열이 있는지 옆에 왔다가 힘센 그것이 날아오면 피한다. 참 부지런한 새다.

초록 사이 비포장도로에 누렁이 가족이 나들이 나왔다. 엄마 소, 아빠 소, 아기 소가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정감 가는 풍경이다. 산속의 새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도로에 나타나는 풍경도 볼만하다.

앞에 세 명의 사냥꾼이 여덟 마리의 사냥개를 몰고 간다. 작은 짐승을 사냥했는지 울룩불룩 뛰어나온 가방을 제각기 메고 간다. 사냥개는 주인을 따라 얌전히 걸어간다. 보고 또 봐도 싫지 않다. 오솔길을 가다가 관광객을 만났다. 나와는 달리 새와 나비, 거미, 벌, 꽃 등에 흥미가 많은 사람 같다. 새 한 마리를 관찰하기 위해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는 새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려고 한참 서성이다 겨우 발견하고 그 자리를 떴다. 안내자가 구해준 내 키만 한 새집을 들고 밀림을 다녔다.

수백만 종류의 새를 봤으나 기억에 남는 이름 하나 없다. 조류에 대한 조예가 없다 보니 새는 그저 새로 보인다. 안내자가 길가 흙벽을 들여다보더니 커다란 거미 두 마리를 꺼낸다. 손바닥만 하다. 꽤 연륜이 있어 보인다. 어두컴컴한 나무에는 박쥐들이 잠을 잔다. 6대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이라고 하는데 천연기념물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저물녘 비치(Mount Irvine Bay Beach)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수평선을 경계로 하늘과 바다가 불탄다. 해변에 늘어진 야자수 잎 사이로 보이는 장밋빛을 그대는 어떻게 표현할까? 연인과 카리브 병맥주(Carib stag)를 들고 야자수 나무 아래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마주해 보라. 내가 풍경을 만드는 것인지 풍경이 나를 만드는지 알 수 없다. 풍경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포토 킹 조지, 피전 포인트 비치, 샬럿 빌을 비롯해 우리가 머물었던 캐스타라 레트리츠(Castara Retreats)에서 바라본 바다와 통통배, 나를 따라오던 강아지, 사냥꾼 따라가는 사냥개들이 풍경으로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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