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부모
고마운 부모
  • 김진숙 수필가
  • 승인 2023.10.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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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숙 수필가
김진숙 수필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요양보호사교육원에 등록을 했다. 교육내용 전반이 노화의 특성과 그에 따른 질병,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는데 필요한 지식이어서 노년기 초입에 들어선 나와 남편에게도 유용할듯했다.

AI를 만들고,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지구상의 절대권자 인간이 서서히 허물어져가는 과정을 담은 치매의 증상을 배우면서는 마음 깊은 곳에서 탄식이 올라왔다.

씹고 삼키는 것조차 잃어버리고 냉장고에 붙여놓은 마그네틱을 진짜 과일인줄 알고 떼어먹는 3세 이하의 아이로 돌아가 끝내는 죽는 줄도 모르고 죽는 치매라는 병. 많은 이들의 앞날에 이토록 잔인한 병이 똬리를 틀고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지금 건강하다고, 부유하다고, 지혜롭다고 자신만만해도 되는 건지 자괴감이 들었다.

아동학대 못지않게 노인 학대도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체적학대, 정서적학대, 경제적학대, 성적학대, 방임, 유기, 자기방임까지 학대의 종류도 다양했다.

노인을 학대하는 대상자로 1위가 아들이라는 통계를 보고는 아들가진 교육생들이 자신들이야말로 목메달이라며 통탄을 했다. 학대 대상자 2위는 배우자, 3위는 딸로 노인 학대에서 자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되었다.

노화나 질병으로 모든 기능이 떨어져 도움이 필요한 부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 버거움을 노인에게 풀다 보니 도를 넘는 학대가 자행되었을 것이다.

자식에게 부담이 되는 부모의 말년이 서글프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후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자식 일이라면 앞 뒤 안 가리고 모든 것을 털어 넣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니 그 노릇을 어찌하랴? 자신의 앞가림을 미룬 채 자식만을 위한 인생을 살다가 결국에는 자식에게 부담이 되어버린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우리들….

그 서글픈 현실로 부터의 도피로 자기방임을 선택하는 노인의 수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삶을 유지시킬 수 있는 모든 장치를 스스로 끊어 버리는 자기방임, 그 또한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마지막 배려이자 결단이었을 것이다.

유독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마포대교에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문구를 써 붙이자 자살률이 확연히 줄었다고 한다. 목숨을 버리기 위해 한강까지 달려온 사람이 몇 글자 안 되는 평범한 문구 하나에 마음을 고쳐먹고 돌아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을 지극히 평범하지만 더없이 따뜻했던 말, 밥은 먹었느냐 는 그 한마디가 순간 마음에 온기를 돌게 했을 것이다. 그 따뜻한 말들을 주고받았던 어떤 날들이 울컥 떠올랐을 것이다. 우리의 부모님도 우리에게 엄청난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노화의 서글픔을 겪어내고 있는 부모님에게 우리가 건네는 관심의 말 한마디는 부모님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인구 중 노인의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이 많은 노인을 부양하기엔 가족과 국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러니 노인도 이제 자신을 부양할 장치를 미리 만들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가장 고마운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라는 말이 진리가 된 세상이다. 끝까지 좋은 부모로 남고 싶다면 이제 자식들은 독립시키고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하시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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