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꿀잼도시가 되려면
청주, 꿀잼도시가 되려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10.09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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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이범석 청주시장은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청주를 꿀잼(재미가 가득한)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노잼(재미가 없는)이란 이미지를 벗고 재미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에서다. 일각에선 꿀잼도시라는 슬로건부터가 청주에는 다양하게 즐길 거리가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청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꿀처럼 달달한 재미를 선사하고 그러한 문화정책을 통해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하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민선 8기 출범 1년이 지난 지금, 청주의 도시 이미지는 그에 부응하고 있을까.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재미있는 도시일까.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청주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추석 연휴와 한글날 연휴까지 이어진 10월은 그런 점에서 청주의 문화관광정책을 들여다볼 기회였다. 긴 연휴를 이용해 지리산과 전주, 군산을 여행했다. 마음 느긋하게 짚을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황금연휴에 지리산을 찾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입구부터 길가가 주차장으로 변한 걸 보고 예상이 빗나갔음을 짐작했다. 주차장에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차들이 넘쳐나 결국 갓길에 주차하고 노고단에 오를 수 있었다. 화엄사 앞에 숙박하며 찾아간 유명 한식집의 정식도 2만원이었다. 전라도 밥상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이 푸짐하니 거론의 여지도 없지만 정식이 2만원이니 여행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 더구나 화엄사는 자정까지 야간개방해 빛과 어둠으로 어우러진 사찰문화를 덤으로 안겨주었다.

다음날은 전주 한옥마을로 향했다. 우리나라 인기 관광지 1위답게 전주 한옥마을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점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가족과 연인들이 가득한 골목길은 여전히 전주를 전주답게 보여주었다. 한옥마을 전체를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하고, 도심을 가르는 천변과 다리 위에 한옥 정자를 지어 전주를 찾은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구도심 일대에 고도제한을 두고 한옥마을을 조성한 전주의 관광정책을 보면서 도시 규모가 비슷한 청주의 관광전략도 비교됐다.

군산은 시간여행을 슬로건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 기찻길을 콘셉트로 2층 상가들이 즐비한 도심은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자체로 과거를 여행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군산의 유명 빵집과 중국집 앞에는 100미터가 넘는 손님 대기줄로 이색 거리 풍경을 만들어냈다. 한때 드라마 김탁구가 인기리에 방영되면서 청주 수암골을 가득 메웠던 관광객들을 보는 듯했다. 군산이라는 작은 도시에 단팥빵을 사겠다고 멀리서 찾아오는 관광시대이고 보면 맛과 멋과 오랜 서사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싶다.

최근 청주를 포함한 충북에는 대형카페들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연스럽게 카페도시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자평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생각의 여지가 많다. 거대한 자본에 잠식돼가는 시장의 움직임 속에 역사도시 청주가 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청주가 관광도시로 부상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팔봉빵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고, 수암골은 1960~70년대 골목풍경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청주는 갈 곳이 별로 없는 도시로 인식됐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보여줄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이야기이고 보면 꿀잼도시 청주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민선 8기 2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지난 성과와 미진한 점을 보완해 꿀샘도시로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찾아가는 여행 트랜드도 살리면서 청주만의 색채를 담은 문화관광전략을 구축할 때 꿀잼도시 청주의 성공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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