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탁발 1
덕산탁발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10.0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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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물을 보면 물이 되고
꽃을 보면 꽃과 하나가 되어
참다운 자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간다네.
복사꽃 피어나듯 깨달음도 피는구나!

반갑습니다. 괴산 청운사 여여선원 무각입니다. 언제 더위와 집중호우가 그치려나 했더니 벌써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단도직입형 공안인 무문관 제12칙 덕산탁발(德山托鉢) 1.입니다.

불교의 수승함은 `인간이 신이나 어떠한 매개가 전혀 없어도 당당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각자의 삶에서 실재로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선지식들 또한 이 땅에서 온몸으로 각자의 삶 속에서 주인공으로 살 수 있었다는 실천의 실례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루는 덕산 선사가 발우를 들고 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설봉이 이를 보고 말하기를 “노스님, 아직 종도 울리지 않았고 북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를 가십니까?” 덕산 선사는 말없이 다시 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설봉 선사가 암두 선사에게 이 말을 하니 암두 선사는 “대단하신 덕산도 말후구를 모르는구려.”라고 하였습니다.

덕산 선사가 이 말을 듣고 시자를 시켜 암두를 불러놓고 말하였습니다. “그대가 나를 어떻게 아는 건가?” 암두는 덕산 선사의 귀에 입을 대고 가만히 말하였습니다.

덕산 선사께서 아무 말 없다가 다음 날 법상에 오르셨는데 과연 다른 때와 그 태도가 매우 달랐습니다. 암두 선사가 법문하는 승당 앞에 가서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기쁘도다. 우리 노스님이 말후구를 아셨구나! 이후로는 천하의 누구도 우리 노장을 어쩌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무문 선사는 평하기를 “만약 이것이 말후구라 한다면 암두와 덕산이 함께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네. 점검해보면 마치 한 선반 위의 인형이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최초구를 알면 곧바로 말후구를 알지만 말후구와 최초구는 한 구가 아니네.

여기까지가 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의 공안의 본칙과 평창의 내용 및 게송 등입니다.

그럼 여기서 마치고 다음 번에는 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2.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무각스님과 함께하는 무문관 공안으로 보는 종횡무진 자유로은 선(禪)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이 부디 행복하시고 여여하시길 두 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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