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이돌리아 현상
파레이돌리아 현상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 승인 2023.10.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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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한솔초 교장

 

추석날 고향의 보름달은 크고 밝았다. 저 달 속에 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는지 모처럼 유심히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너무 멀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던 달 표면의 그림자를 보고 다양한 형상들을 찾아내곤 했다. 이처럼 불분명하고 불특정한 현상이나 이미지 등에서 특정한 의미를 추출해 내려는 심리현상을 파레이돌리아(Pareidolia, 변상증, 變像症)라 부른다.

구름에서 예수상을, 화재 연기에서 귀신 얼굴을, 바위의 특정 무늬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아내는 것과 같이 인간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상이나 정보에서 특정한 규칙성이나 연관성을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다. 파레이돌리아는 일종의 시각적 착시현상으로 `구운 토스트 그을림에 그리스도 얼굴이 나타났다', `화성 사진을 보니 고원에 인간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하는 식이다.

이러한 파레이돌리아 현상은 시각영역뿐 아니라 청각영역에서도 나타난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발표한 가요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들으면 악마의 속삭임이 들린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적이 있다. 이는 청각자극에 의한 파리이돌리아의 한 형태이다.



# 망상과 창조성

파레이돌리아는 시각과 청각의 착시와 오류를 넘어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사건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논리를 찾아내는 인간심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레이돌리아는 창조성의 원천인 동시에 정신적 망상과도 연결된다. 스위스 신경심리학자 페터 브뤼거는 모든 무관한 현상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 연관성, 규칙성을 찾으려는 파레이돌리아는 망상과 창조성을 낳는 “동전의 양면”이라 했다.

인류는 얼핏 무관해 보이는 것들의 연결 고리를 찾아 나감으로써 학문과 예술을 창조적으로 발달시켜 왔다. 특히 미술과 심리학 분야에서 파레아돌리아는 창의적이면서 생산적으로 활용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을 복합적이고 무작위적인 이미지와 현상에 투영해서 가짜 `기적의 이미지'나 억지 인과관계의 음모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등을 만들어오곤 했다. 그 양면성을 인식하고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파레이돌리아가 진정한 창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경계해야 할 것들

유아와 아동기의 애착형성에서 스킨십(쓰다듬 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성추행이라는 단어가 스킨십을 압도해버렸다. 학생과 교사, 어른과 아이들 간의 정과 따스함이 전달되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범죄로 이미지화되어버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우리 속담처럼 이 또한 파레이돌리아 현상이다. 결국 아이들은 정상적인 애착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결과는 우리 학교와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지금 학교 현장은 교사와 학부모, 관리자와 교사 간의 미묘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지냈던 교사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졌던 학교현장이 제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계할 일들이 있다. 평범한 구름에서 자기가 원하는 얼굴 모양을 찾아내는 파레이돌리아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학교장의 정상적인 업무지시가 갑질이라는 것으로, 학부모의 정당한 요구가 진상질로 치부하는 확증편향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추석 보름달에서 토끼를 찾는 것은 낭만이지만 현실에서 착각과 확증편향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들의 목숨과 바꾼 지금의 이 학교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승화시켜야 한다. 냉철하게 생각하고 진중하게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생각하는 데로 살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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