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시대
불신의 시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9.2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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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신뢰는 쌓기는 어렵지만 한 가닥의 의심이 들면 금세 무너진다.

요즘 교육 현장이 의심과 불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사는 교권침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는 아동학대라는 명분으로 학생은 인권침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적이다. 이렇다 보니 학생의 잠재력과 재능을 키워줘야 할 교사는 지식 전달자로, 학부모는 자녀를 지키는 수호대로, 학생은 친구와의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급기야 교권 침해로 고통받는 교사들을 보호하고자 교육 당국은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충북도교육청은 20일 발표한 `학교현장밀착형 교육활동보호 종합지원계획'을 통해 아동학대 무혐의 종결 시 악의적 신고자에 대해 교육감 이 무고·명예훼손 등으로 고발조치하고 교권전담 변호사를 확대 배치하기도 했다.

또한 내년 3월부터는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분쟁 시 대응을 위해 1인 사무실 비상벨과 녹음기 설치, 관련법 개정 시 바디캠 착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교육청 역시 발표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을 통해 내년 3월부터 서울 모든 초등학교에 녹음이 가능한 전화를 지급하고 교사가 직접 민원대응을 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24시간 챗봇을 도입한다. `우리학교변호사' 사업도 도입된다. 학교별로 1명의 변호사를 배치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원을 위한 법률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 또한 내년 9월부터는 사전에 예약 승인을 받은 외부인만 출입이 허용된다. 면담실 및 방문대기실이 설치되고 상담 공간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영상감시 시스템이 설치된다.

학생들이 꿈꾸고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학교가 이젠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고 변호사가 배치되고 사전 허락을 받지 않으면 교정에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공간으로 변했다. 교사는 학부모가 생명을 위협하는 두려운 존재가 됐고 학부모는 교사가 자녀를 망치는 범법자로 인식하는 한 교실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과정은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불신의 대상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올바른 교육이 이뤄질 리 없다.

과연 교육 주체가 서로를 적대시 하는 교육현장이 우리가 바라던 모습일까?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이 월드 라지스트 레슨(World's Largest Lesson)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시아, 유럽, 북미 등 150개국 3만7000여명의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도래한 미래, 우리가 바라는 교육'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코로나 19로 인한 휴교 이후`학교로 돌아가는 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한국 학생 65%(글로벌 학생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게 걱정된다'고 응답한 한국 학생의 48%는 `코로나 19로 인한 휴교로 교과 과정에서 뒤쳐졌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국 청소년(민10~18세) 417명의 응답만 보면 `내가 생각하는 학교의 목적(주관식)'에 대해 58%는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이라고 답했다.

타인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22%), 행복과 즐거움(11%)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학교가 멈춰야 할 한가지(주관식)'로는 47%가 규율을 줄이거나 덜 엄격하기를 원했다. 16%는 지식기반의 평가 방식 변경을, 11%는 성적에 덜 초점을 두길 원했다.

특히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큰 이유'와 `어른들이 학교에 가기를 원하는 이유'를 보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는 응답율은 학생이 22%인 반면 어른이 35%로 13%p높았다.

교육의 변화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수 있는 사람으로 학생들은 교사(50%)를 1위로 꼽았다. 이어 정부와 정치인(49%), 친구들 또는 또래 청소년(46%), 가족 또는 보호자(35%) 순이었다.

학교 현장에 수많은 법이 적용된다는 데 학생, 학부모, 교사 누가 행복할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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