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는 여야 선거제 논의
뒤로가는 여야 선거제 논의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9.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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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내년 총선에 적용할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 끝에 산으로 가는 모습이다.

총선 1년 전 확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을 5개월이나 넘겼으나 진전은커녕 퇴보의 조짐만 읽힐 뿐이다.

거대 양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건건이 충돌하는 대립의 정치에 변화를 줄 처방전을 기다리던 유권자들은 이제 기대를 접고있다.

승자독식과 사표 방지 명분으로 대통령까지 거론했던 중·대선거구제는 물건너가고 양당은 둘만의 리그인 소선구제 유지로 합의를 본 분위기다.

남은 문제는 비례대표 47석의 선출방식이다. 전향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의 존치 여부가 관건이 됐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 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한 정당의 의석 수를 득표율에 맞춰 채워주는 제도이다.

거대 정당에 밀려 지역구에서 나름 득표율을 올리고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을 도와 다당제를 구현하자는 취지를 반영한다. 사표를 줄여 민심이 선거결과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자는 의미도 담겼다. 준연동제는 모자란 의석의 50%를 채워주는 반쪽 제도이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국회를 통과했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차례로 지역구 후보를 내지않고 비례의석만 따먹는 위성정당을 출전시켜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었다.

돌아가는 추세를 보면 양당은 비례제에서도 손을 잡을 공산이 커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이전의 병립형으로 회귀할 것을 고수한다. 거대 양당이 지역구 의석은 물론 비례 의석까지 득표율로 나눠먹어 제3의 정파가 들어설 여지를 없애자는 주장에 다름아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현행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되 3개 권역(수도권·중부·남부)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상당수 의원이 “국민의힘이 띄운 위성정당이 비례의석을 싹쓸이 할 경우 1당을 빼앗길 수 있다”며 병립형 복귀를 주장하고 나섰다. 개혁파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았지만 당이 현실론을 극복하고 현행 준연동형제를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선거제 개혁은 다수당인 민주당 의지에 달렸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든 손해 볼 것이 없는 입장이다. 준연동형제가 유지되더라도 지난 총선때 처럼 위성정당을 출격시켜 비례의석을 주워오면 된다. 민주당이 병립형 복귀를 결정해준다면 위성정당 구성의 수고를 덜고 꼼수 비판도 벗을 수 있으니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50%만 연동되는 현행 준연동형제를 100% 연동제로 완성시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위성정당을 띄워 스스로 도입한 제도를 부정한 과오를 사과하면서 한 공약이었다.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제 유지 자체로 이미 약속은 파기된 꼴이 됐다. 한술더떠 병립형으로의 후퇴를 언급하고 있으니 개혁정당을 자처할 수 있느냐고 묻지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의총에서 준연동형제 유지를 주장하며 “유권자에게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테니 지역구는 민주당을 밀어달라고 호소하자”고 했다고 한다.

설득력 있는 말이다. 지난 총선에서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어 제도를 뒤흔든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전대미문의 참패를 당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개혁을 표방한 정치논의가 현행 개혁제마저 후퇴시키는 개악으로 귀결된다면 양당제 폐해에 넌덜머리를 내며 결과를 기대해온 유권자들이 어느 정당에 책임을 물을 것 같은가.

지금 민주당은 소수당 전락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개혁 의지라도 내놓아야 등을 돌린 중도의 눈길이나마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염려하는 총선 패배의 시발점이 양당 독식구조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지키기로 국민의힘과 야합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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