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양심을 부여잡고
병든 양심을 부여잡고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09.1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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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양심이 통곡합니다. 아니 양심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양심을 저버린 버러지 같은 정치인, 양심을 내팽개친 사이비 언론인, 양심 뒤에 숨어서 경도된 판결을 하는 불량 법관, 양심을 세탁하는 뻔뻔한 종교인, 얌심을 팔아먹는 돈벌레 기업인, 양심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파렴치한 학자, 양심마저 수술하려드는 돈독 오른 의사 등 사회지도층인사들의 양심불량행위가 극에 달해서입니다.

모범을 보여야할 위인들이 그 모양 그 꼴이니 나라와 사회가 온전할 리 없습니다.

자신의 영예와 진영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양심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하여 양심이 밥 먹여 주냐는 말이 횡횡할 정도로 사회가 혼탁하고 민심이 흉흉합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범죄가 웅변하듯 인간소행이라 믿겨지지 않는 사건사고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터지고, 법을 준수하며 사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괄시를 당하고 있으니 오호통재입니다.

양심! 듣기만 해도 가슴이 움츠려드는 거울 같고 칼날 같은 말입니다. 양심껏 살지 못해서 이고, 양심의 한 가닥이 살아 움직여서입니다.

행동하지 못한 비겁한 양심도 있었고, 양심에 찔리는 짓거리도 적잖이 했으니 양심 앞에 당당할 수 없음입니다.

대저 양심이 뭐 길래 그럴까요?

아시다시피 양심은 선악을 판단하고 선을 명령하며 악을 물리치는 도덕의식이나 마음씨를 이릅니다. 쉽게 말해 `선량한 마음, 올곧은 마음'이 양심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96헌가11)'라고 정의했듯이 자신의 도덕적 가치와 충돌하는 생각과 행위에 대한 성찰과 후회하는 내면의 소리이자 빛이 바로 양심입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양심이 삼각형과 같아 남을 속이거나 잘못된 행동을 하면 삼각형의 모서리 끝 부분이 심장에 닿아서 사람들이 아픔을 느낀다고 했고, 하인리히 하이네는 이성은 인간을 비추는 등불이고 양심은 삶의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지팡이라 했습니다,

옛 선비들은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가는 `신독(愼獨)'을 했습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선비를 일러 `갓 쓴 개돼지'라 능멸하며 양심껏 살고자 했지요.

이렇듯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시작이자 마지막이 양심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빚을 때 마지막에 행한 당신의 숨결이자 선물이 바로 양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선과 가식 같은 양심에 반하는 언행을 하면 저절로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양심의 가책을 통해 거듭남이 인간의 도리이자 신의 섭리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양심불량자들 이른바 양심에 털 난 사람들이 속출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철면피들이 양심껏 사는 선량한 사람들을 속된 말로 가지고 노니 기가 찹니다.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진 가정, 교사는 있고 스승은 없는 공교육, 세속에 영합하는 몰염치한 종교, 진영의 유불리만 쫓는 적폐정치,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되면 그만인 천민자본주의가 부른 한국사회의 민낯이자 재앙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그릇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다보면 이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해 양심이 무디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개과천선해야 합니다. 양심이 무디어지지 않게 날마다 양치질 하듯 샤워하듯 양심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한 윤동주 시인이 그립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지구의 미래가 있듯이 양심으로 돌아가야 인류의 미래가 있습니다. 절박합니다.

하여 죽어가는 양심을 살릴 초인을 애타게 찾습니다.

아니 양심에 호소합니다. 인간답게 살자고.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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