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PC란 무엇일까?
불편한 진실, PC란 무엇일까?
  • 최경숙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 승인 2023.09.06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최경숙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최경숙 충북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

 

얼마 전, 둘째 아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가 많이 컸다라고 생각하면서 대화를 하는데, 아이가 뜬금없이 나에게 물어왔다. “엄마, PC 알아요?” 난, 당연히 Personal Computer(개인용 컴퓨터)를 생각했는데 완전한 동상이몽이었다. 아이는 PC가 싫다는 것이다.

게임을 즐겨하는 아이 입장에서 `예쁘지 않은 캐릭터가 나와서 몰입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참 웃었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 감소와 디즈니의 주가 하락의 원인에 `PC 주의'가 있다고 한다. 과도한 PC 추구 콘텐츠의 급증에 반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PC'란 무엇일까?

PC(Political Correctness)는 정치적 올바름을 의미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이며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이나 철학을 가리킨다.

정치적 올바름(PC)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계기로 처음 등장했으나 미국에서 1980년대 다른 인권 운동과 함께 강하게 대두되어, 90년대 초반부터 미국 보수층 내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용어 자체의 의미가 매우 크게 확장되어 '전통적 관념을 교정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러한 진보적인 흐름은 영화 출연진의 인종이 다양할수록 흥행 수익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문화산업계로도 급격히 반영되었다.

대중문화 상품이 다양한 시장에 진출하여 고객층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니아/팬덤 계층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브리저튼'에서 흑인 귀족이 등장하고, 가족용 애니메이션 `더 프라우드 패밀리'에서는 동성 부모가 나오며 게임 `오버워치'에서는 캐릭터로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부각시켰다. 정점을 찍은 사례는 지난 5월에 개봉된 `인어공주' 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빨강머리를 가진 백인 인어공주가 아닌 흑인 인어공주가 출연하면서 세계적 논란이 되었다. 원작의 설정까지 과도하게 거스르며 PC주의를 실현하려는 콘텐츠들의 행보에 팬들은 반감을 표현하는 것 같다.

이제, 디즈니처럼 전 세계 소비자들 대상으로 하는 기업은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업 이익을 위해 택한 것이라도 차별과 혐오를 줄이고 모두를 존중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적극 찬성이다.

하지만 표면적 PC에 불과하다면 아무리 변화를 줘도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성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존 캐릭터의 설정을 단순히 바꿔치기해 원작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새로운 캐릭터나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혹은 중심인물로 설정해 별도의 작품으로 만들어 다양성을 실현하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사실 PC 흐름이 우리 입장에선 반가운 면도 있다. 세계 주류 미디어를 차지하는 서양 문화에서 아시아는 언어 장벽을 가진 먼 세계로 여겨졌다.

하지만 PC 확산으로 인해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현지 문화를 접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결국 정치적 올바름이란 모두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나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