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나온 작곡가
무대로 나온 작곡가
  •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 승인 2023.09.0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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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윤학준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작곡가는 곡으로 말한다. 이 말은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좋은 곡'이라는 것이다. 좋은 곡의 여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어야 한다. 작곡가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가가 그러하다. 성악가는 노래로 말할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그림으로, 무용가는 춤으로….

작곡가는 연주가가 아니다. 지 무대에 거의 오르는 법도 없고, 사람들에게 보여지 않기 때문에 무대에서 돋보이기 위한 외모를 가꿀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연주가들에 의해 작곡가의 존재가 돋보이게 되는 예술가이다.

나에겐 아주 존경하고 흠모하는 작곡가가 한 분 있었다. 아주 유명한 합창단의 상임작곡자였는데, 그 합창단도 물론 좋아하였던 터라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일찍 가서 리허설부터 관람하곤 했다.

합창단의 리허설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멀찌감치 떨어져서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듣고 있는 작곡가의 모습이 내게 더 인상적이었으며 그 모습이 굉장히 멋있게 보였었다.

무대 앞에 나서지 않고도 무대 위에 있고, 직접 연주하지 않고도 연주하고 있는 그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고 무엇보다 나도 좋은 곡을 많이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렇듯 작곡가는 보통 관객들에게 보이거나 무대 앞에 잘 나오는 경우가 없다.

이러한 나의 `작곡가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재작년 단양교육지원청에서 문화예술특강을 진행한 적이 있다.

특강 형식으로 하는 것보다 성악가를 초청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팬텀싱어에 출연한 테너 최진호를 부른 적이 있다. 곡 중간중간 곡을 소개하는 말과 곡이 작곡된 계기 그리고 가곡에 대한 이야기, 작곡자의 TMI(Too Much Information,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정보) 등을 얘기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토크 콘서트로 진행되었다.

교육지원청 직원들의 반응이 정말 좋았다. 관객은 연주만으로도 좋아할 수도 있지만 연주에 담긴 많은 얘기가 더해진다면 만족도는 더 올라간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보통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인문과 미술 영역에서는 많이 진행된다. 작가는 책으로 말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얘기했는지 독자들은 궁금해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지만 사람들은 그림에 숨겨진 의미와 설명을 궁금해한다. 그것을 작가에게 직접 듣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작곡가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듣고 음악 자체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그 음악에 담겨진 작곡가의 이야기는 그 곡을 이해하고 느끼는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며칠 전에 청주 AG아트홀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는 평이 있을 만큼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소프라노 이해원님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해원님은 젊은 성악가로 예중, 예고 학생들에게는 성악아이돌과 같은 존재이자 전 연령에 걸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성악가이다. 토크 진행 중에 이해원님이 질문을 던졌다.

“작곡가는 보통 무대에 잘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무대에 서보니 어떠세요?” “관객들과 마주해 제 곡을 설명해주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 드릴 수 있으니까 정말 좋아요…(중략) 하하하, 이제 저도 프로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야겠어요. 팸플릿에 있는 제 사진은 핸드폰에서 캡쳐한 사진이거든요.”

정말 프로필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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