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상황에 처했다
슬픈 상황에 처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9.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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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누군가 말했다. 교사가 학생을 포기하면 교육이 무너진다고.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

교사에게 가르칠 권리, 학생을 지도할 권리는 법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 당국, 학부모, 학생의 눈치를 본다.

교실에서 교사의 소신과 철학은 존재하면 안된다. 교실에선 오직 지식만 전달해야 살아남는 현실에서 교사들은 존재의 이유를 찾지 못한다.

몇 해 전 명예퇴직을 한 교사를 만났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교사 생활을 처음 할 때는 수업종 소리를 들으면 학생들이 보고 싶어 설레기도 했다”며 “그러나 교사가 교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업종 소리가 나면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알게 됐고 학교를 떠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OECD에서 주관하는 교원 대상 국제 비교연구인 TALIS(Teach 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의 2018년 문항 중 향후 5년 이내에 교직을 사임할 의향이 있는 교사 비율을 보면 `의향이 있다'고 답한 우리나라 교사의 비율은 23.8%로 나타났다. 전체 47개 비교 집단 중 25번째로 높았다.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지난 4일에도 정년퇴직을 1년 앞둔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 교사는 지난 6월 체육 수업 중 자리를 비운 사이 학생 한 명이 다른 학생이 찬 공에 맞아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치는 사고와 관련, 피해 학생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상태였다.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집회를 앞두고 김해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보낸 `공교육 정상화 관련 학사 운영' 안내문에서 “교사의 교육적 행동조차 아동학대로 치부돼 학생 지도와 더불어 온전한 교육을 할 수 없는 슬픈 상황에 처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 학교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의 침해로 학급 붕괴가 일어나고 그 피해는 온전히 성실하게 수업에 임하는 다수의 학생에게로 돌아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교사가 소신을 갖고 성심껏 학생들을 더욱 잘 가르칠 수 있기 위한 뼈를 깎는 고민이 있음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경쟁만이 살길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학생들은 학교를 어떻게 바라볼까?

한국개발연구원이 2017년 4개국(한국, 중국, 미국, 일본) 대학생 국가별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 `고등학교 시절의 이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미지로 3가지(함께하는 광장, 거래하는 시장, 사활을 건 전장)를 제시했는데 한국 대학생의 80.8%가 고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장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반면 미국은 40.4%, 중국은 41.8%가 고등학교를 전장이라고 했고 일본은 13.8%에 불과했다.

`함께하는 광장'이라고 생각한 비율은 일본이 75.7%로 가장 높았고 중국은 46.6%, 미국은 33.8%인데 한국은 12.8%에 그쳤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한 특강에서 “한국 아이들처럼 억압받는 아이들이 어디에 있느냐”며 “모든 것을 점수로 통제하고 모든 아이들이 너무나 깊은 공포감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만10세 이상 18세 미만 아동 13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아동권리 인식조사' 결과 아동 27.3%는 `행복하지 않은 편'이라고 답했다.

`행복하지 않은 편'이라는 응답은 2020년 16.5%에서 2년 새 10.8%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아동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점수가 69.22점이었다.

교사는 교실이 도살장 같고 학생은 교실이 전쟁터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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