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딜레마
축제의 딜레마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9.04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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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전국이 축제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팬데믹 이후 움츠러들었던 축제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도 있다.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 속에서도 주민 소통의 장으로 열렸던 소규모 마을 축제는 여전히 얼어붙었다. 골목마다 시끌벅적하지 않아 좋은 점도 있지만 일상이 회복되지 않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올해는 폭염과 폭우로 인한 사건 사고가 겹치고 지역경기마저 위축되면서 축제 분위기도 차분하게 시작되고 있다.

충북도 여느 때보다 굵직한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고추, 포도, 대추 등 지역 농산물을 내세운 축제가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고, 9월 초에 진행된 청주야행을 시작으로 제천문화재야행, 보은회인문화재야행, 충주문화재야행 등 달빛축제가 9월을 물들일 예정이다.

20여 년 역사를 잇는 청주공예비엔날레가 10월까지 긴 공예 여정을 시작하며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고. 옥천의 지용제와 청주읍성축제, 초정약수축제, 청원생명축제 등이 지역민들에게 가을 정취를 담아 축제를 선사할 계획이다.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되었던 축제들이 다시 시동을 걸면서 가을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이처럼 9월과 10월에 행사가 쏠리면서 관계자들의 고심도 깊다. 차별성 있는 축제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과제 때문이다. 비슷비슷 공연과 체험 행사를 피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지만 인력난에 예산난까지 겹치면서 해결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 대표적인 축제로 청주야행과 청주읍성축제를 꼽을 수 있다. 두 축제는 지역문화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념이 비슷하다.

청주읍성탈환을 기념하는 축제는 중앙공원이 주무대이고, 청주의 문화재를 다시 보자는 의미에서 밤축제로 진행되는 청주야행은 지역의 많은 문화재가 몰려 있는 중앙공원을 빼놓고 진행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축제가 연달아 열리면서 차별성을 담보하기가 더 어렵다. 더구나 개최 시기마저 9월이다 보니 1~2주 차이를 두고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두 축제는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축제는 예산이 규모를 좌우한다지만 예산이 더 많은 쪽도 예산이 부족한 쪽도 세인들의 비교가 달가울 리 없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선 두 축제를 동시에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행사에 시너지를 주는 방안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큰 굵직한 행사가 동시에 열리려면 고려해야 할 사안도 많고 절차상 물밑 작업이 많이 요구된다.

문화재야행의 경우 문화재청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이고, 매년 사업계획서를 접수해 선정돼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런가 하면 청주읍성축제는 청주시 사업이라 예산 확보는 안정적이지만 예산 규모가 행사 취지를 따라가지 못해 콘텐츠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처지다. 예산집행에 있어 하나의 예산을 둘로 나눠 정산할 수 없다는 점도 동시개최가 난감한 이유다.

올해도 청주야행의 뒤를 이어 2주 만에 청주읍성축제가 중앙공원에서 열린다. 앞선 행사와 비슷한 행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예산과 절차의 문제로 동시개최의 어려움이 있지만 두 축제가 각각 행사 취지를 살리는 차원으로 동시개최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해묵은 과제로 남겨두기엔 축제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를 적극 행정의 사례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성공한 축제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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