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앙증맞음 `제비동자'
환상의 앙증맞음 `제비동자'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08.30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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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아주 오래전 B중학교 과학관을 맞고 있을 때 처음으로 접한 제비동자꽃! 환상의 앙증맞음과 진한 색상에 요즘 애들 말로 `심쿵'이었다.

교내에 야생화원을 만드느라 전임자가 구입해 놓은 것으로 그 인상이 아주 강렬하였다. 그 이후로 야생화 탐사 때마다 수소문하여 보았지만 자생지를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봄. 국립과학관에서 운영하는 자연 탐사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자생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현지에 사는 꽃지기가 제비동자꽃이 피었다고 알려왔다.

내일이면 태풍도 올라온다는데 더는 미룰 수 없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늘 제비동자꽃 만나러 출발. 어떤 모습으로 기다릴까? 정말 궁금하고 설렌다.

동자꽃은 석죽과의 식물로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등이 있다. 동자꽃은 문틀이나 교란(交欄) 같은 곳에 박는 아주 작은 못을 닮아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또 한겨울에 식량을 구하러 떠난 노스님을 기다리던 어린 동자승이 배고픔과 추위에 얼어 죽은 후 동자꽃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도 있다. 그래서 꽃말도 `기다림'이 되었나 보다. 제비동자꽃은 꽃잎이 가늘고 길게 파인 모습이 날렵한 제비의 꼬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오전에는 맑은 날씨였다가 오후에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해서 비가 오기 전 오전에 빨리 촬영할 욕심에 일찍 출발하였다. 출발하면서 하늘이 맑으니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웬일? 목적지에 다가가니 구름인지 안개인지 자욱하다. 안개비인지 이슬비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그런 날씨다. 그나마 비가 쏟아지지 않기에 다행이다.

도로 아래위로 자세히 살펴보니 이미 많은 사람이 다녀가 흔적이 보인다. 햇빛이 잘 드는 곳, 물이 자작자작 흐르는 곳. 빛이 좋고 물이 있으니 주변의 식물이 키가 크다. 따라서 이 풀숲에 같이 사는 제비동자도 키가 크다.

그러나 강렬한 색을 띤 붉은 꽃, 단번에 눈에 확 들어온다. 며칠 늦은 탓에 깔끔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생지에서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하였다. 하나씩 카메라에 담아 보니 5~6개체가 되었다. 그래도 아쉬워 주변을 살펴보니 배수로에도 두 개체가 있었다. 눈에 잘 띄지 않은 탓인지 다른 개체보다 깔끔한 꽃을 달고 있었다. 그런데 시멘트로 만들어진 배수로 틈새에서 자랐으니 귀한 몸(?)이 황무지에서 자라고 있는 꼴이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 옮겨줄 수도 없고….

제비동자! 너는 어쩌다 이리 귀한 몸이 되었는가? 사람들이 제자리에 살게 두질 않고 자꾸만 손을 대는 것이 첫 번째 원인, 그리고 사진 찍는다고 주변을 밟거나 무심코 어린 개체를 깔고 뭉개는 사람들. 그중에 나도 하나일 터.

아쉬운 대로 안개비에 젖은 제비동자꽃 촬영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애기앉은부채도 보였다. 이만하면 오늘 목적 달성. 제비동자여. 부디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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