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피해지 진흥과 홍수 입체적 접근해야
댐 피해지 진흥과 홍수 입체적 접근해야
  • 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
  • 승인 2023.08.17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
박일선 전국댐연대 의장

 

짙게 드리웠던 비구름은 다 어디로 가고 청명한 달빛에 하늘은 웃음을 머금고 있다. 구멍 난 듯 퍼부어 넘치고 휩쓸던 성난 물은 보이지 않고 냇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잘대며 흐른다.

정말 노자 말씀대로 천지(天地)는 불인(不仁)인가 하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고 하천이 짧고 인구밀도가 높은 이 땅은 매년 홍수나 가뭄이 반복돼 왔다. 초등학교시절 봄 가뭄이 너무도 심해 부친은 6월초에 호미로 모를 심은 적도 있다. 1972년 영월에서 몰려온 한강과 속리산에서 달려온 달내강이 탄금대에서 병목 역류돼 그 넓은 들판이 호수로 수많은 초가(草家)는 맥없이 주저앉았다. 그간 저수지 만들고 지하수 퍼 쓰고, 댐이 있어 수재(水災)를 줄이는데 기여했다.

충주댐이 들어서면 개벽이 되는 줄 알았다. `세계적인 내륙호반 관광지를 만들어 주겠다.' 등 반복해 공약(公約)했다. 선거 때마다 수 십년 우려먹는 공약(空約). 지난 대선에서 양당후보가 `충주호국가정원'을 약속했다. 집권자들은 토건을 통한 반짝 경제활성화라는 단물에 쉽게 빠진다. 새만금과 사대강이 그렇다. 하천을 준설하지 않고 댐을 짓지 않아 침수됐다는 생각의 한쪽에 이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폭우가 내린다. 아스팔트는 그를 품지 않는다. 바로 펴진 하천은 머물 곳이 없어 몰려든 빗물을 내달리도록 돕는다.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강이나 댐에 빗물이 다다르기 전에 이미 도로와 상가, 마을에 물이 들어온다. 세숫물을 황토마당에 버리던 시절, 웬만한 비가 내려도 스며들고 움벙이나 논, 습지로 유입되었다. 수 십년 이런 물의 공간을 야금야금 해 먹었다.

2020년 삼남지방에 큰 물난리가 있었다. 이는 장마철에 댐을 충분히 비우지 않고 있다가 폭우 속에 방류해 수재를 키웠다. 이번엔 사전방류해 충주댐 담수량을 51%로 유지했다. 만일 댐에서 물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달내강물이 더해져 72년 물난리보다 더한 침수가 있었을 것이며 수도권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1990년에 단양 매포가 수장(水葬)됐다. 현장을 방문했던 주병덕 지사는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에 서울 보호를 위해 충주댐 수문을 제 때 열지 않아 피해를 봤다는 등 인재(人災)를 인정하는 각서를 썼고 다음날 지사는 경질되는 아픔이 있었다.

베네치아 북쪽 100㎞ 지점의 알프스에 있는 바이온트댐 옆에서 가공할 산사태가 있었다. 이 물결파가 댐을 넘어 마을을 휩쓸었다. 1963년 10월9일의 사고로 2000여명이 사망했다. 댐에 의한 사고는 종종 엄청난 피해를 준다. 충주댐에 거대한 도수로를 내었다. 무엇을 뜻하는가? 저것이 열리는 순간 하류지역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지금 위정자들이 할 일은 수재극복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마치 때를 만난 듯 댐을 짓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지역의 미래를 감금하는 것임을 진정 모르시는가? 댐은 누구의 것인가? 준설과 댐건설만이 능사인가? 이미 하류 도시번영을 위해 무한 희생을 당한 댐지역의 피해를 영구적으로 보장할 댐법 개정에 먼저 매진해야 한다. 댐은 차선(次善)도 아니고 차악(次惡)이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자연을 일방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아니고 자연으로 바르게 되돌리는 것으로, 자연에 대한 철저한 불간섭, 자연이 자연 뜻대로 되도록 하는 천지불인(天地不仁)과 맥이 닿는다. 이런 가르침이 지금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장마와 홍수는 자연현상이다. 이를 악마로 만든 것이 누구란 말인가? 내 경험과 지식의 결핍을 인정하는 겸손함에 지혜가 피어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