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08.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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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참 특이한 장마철이다. 좀 늦게 시작하는 듯하더니 줄기차게 내린다. 그것도 쏟아붓는다. 여기저기 산사태, 농경지 침수, 도로 유실 등 피해가 극심하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데 걱정이다. 그런데 이 말의 참뜻은 무엇일까?

식물은 보통 뿌리, 줄기, 잎으로 되어 있다. 잎은 광합성과 호흡, 줄기는 잎과 꽃을 달고 있으며 물과 영양분을 뿌리와 잎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뿌리는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식물 몸을 지탱해주고, 흙에서 물과 양분을 흡수하여 줄기와 잎에 보내거나 고구마처럼 양분을 저장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 정도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뿌리도 호흡을 한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식물뿌리도 호흡을 한다.

낙우송은 원래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그래서 좀 습한 곳에 잘 자란다.

그런데 이 낙우송 주변에 보면 삐죽삐죽 올라온 것들 많다. 바로 기근이다. 공기뿌리, 무릎뿌리라고도 하는데 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물속에서는 호흡이 어렵기 때문에 편하게 호흡하기 위하여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이다.

가까운 청남대에 가보면 멋진 낙우송의 기근을 볼 수 있다. 낙우송은 기근이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식물은 기근이 없다. 그러나 식물의 뿌리에 피목(lenticel. 皮目) 이라고 하는 게 있어 여기에서 호흡을 한다. 이 피목은 식물의 줄기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줄기도 약간의 호흡을 한다.

결국 식물은 몸 전체로 호흡을 한다. 그런데 비가 계속 오면 식물이 물에 잠겨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호흡을 할 수 없게 되고 뿌리부터 썩어 식물은 죽게 된다. 결국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라는 말은 가뭄에는 식물들이 어느 정도 살아남지만 긴 장마 끝에는 살아남는 농작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수형이 아름다워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보은 어암리 백송이 어느 해부터 수세가 약해지며 말라 죽었다. 진단 결과 복토(흙을 쌓는 일)가 원인이라는 것, 뿌리가 숨을 못 쉰 게 원인이다.

새마을 사업으로 동네 느티나무나 당산나무가 시멘트 포장으로 쌓여 고생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정이품송이 고생한 것도 아마 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시골집 아래 밭에 심은 호두나무 한 두 그루가 잎이 누렇게 변했다. 빗물이 모이는 곳으로 계속되는 비에 뿌리가 썩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제 제법 호두가 달렸는데 어쩌겠는가? 하늘이 하는 일을.

잠시 멈추면 폭염이다. 폭염, 폭우 모두 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기상 이변의 결과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후가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하기 어렵다. 예전의 기후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더 이상의 이변을 막을 길은 없는지 걱정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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