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잼버리 `사이드 디시'였다
새만금의 잼버리 `사이드 디시'였다
  •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 승인 2023.08.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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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신기철 전 보령시청 사무관

 

`식사 때 나오는 여러 가지 요리 중에서 주(主)가 되는 요리'를 `메인 디시'(주요리)라 하고 `주요리를 제외한 곁가지 메뉴'를 `사이드 디시'(부요리)라 한다.

새만금 개발과 새만금 잼버리가 꼭 그렇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해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다”며 이를 재삼 확인시켰다.

“대형 행사를 못해 지역발전이 늦다”면서 “저질러 놓고 시설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해 잼버리 대회를 신청했다”는 정현율 전북 부지사의 2012년 전북도의회 출석 발언이 속내를 보이더니,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016년 “잼버리는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2017년에는 잼버리 유치목적을 묻는 도의원 질문에 주저없이 “새만금 개발”이라고 공언했다.

새만금 잼버리는 2015년 개최 후보 도시로 확정되고 2016년 기재부의 국제행사 승인을 거쳐 2017년 8월 유치가 확정되고 이듬해에는 특별법까지 만들어졌다. 개최 의사를 피력한지 8년, 국제행사 승인 7년, 대회 유치 6년 특별법 제정 5년이라는 준비 기간이 있었다. 2020년 7월에야 출범한 조직위원회도 늦었지만, 출범 후에도 일했다는 흔적이 또렷하지가 않다. 조직위 홈페이지 알림 사항에는 2021년 10월 172개국 대표단이 모여 세계 잼버리 성공개최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보도자료가 처음 올라오고 개최 직전 해인 지난해 보도자료도 6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준비가 부족했으니 조직위는 지난해 3월7일 코로나19 심화를 이유로 1년 연기를 신청했다. 세계연맹은 이사회를 열어 세계 각국이 코로나 19 국면에서 일상화복단계로 전환하는 추세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개최키로 결정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매립부지의 지반이 안정화됐다면 사실 마음만 먹으면 속전속결로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배수로, 화장실 샤워장 등 일상의 활동과 직결된 현장 편의시설은 말이다. 2016년 제시된 세계잼버리 유치 실천방안 연구보고서에 상응하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설치되고, 관리인력이 적재적소에 배가돼 철저하게 관리됐더라면, 초반 대량실점이라는 아쉬움은 없었을 텐데. 물론 처녀간척지라는 태생적인 여건과 태풍이라는 자연재해는 차치하고라도.

새만금 사업은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아우르는 409㎢(매립 291, 담수호 118)에 방조제 33.9km를 쌓아 만든 종합개발사업이다. 1989년 시작해 끝도 없는 이 사업은 올해 전라북도 본예산 8조80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22조1900억원의 국비 사업이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잼버리를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원), 새만금신항만(3조2000억원),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1조9200억원), 내부동서남북도로(7886억원)도 투입된다.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계기로 지자체의 국제행사 유치 민낯이 드러났다. 지방 수장의 과도한 욕심과 안이한 준비행태가 국가적으로 어떤 재앙과 수모를 가져다주는지도 확인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도 이제 30년이 넘었다. 본말이 전도돼 중앙이 지방을 걱정하는 역(逆)지방자치가 없도록 우리 모두 메인디시에 충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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