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혁신위가 남긴 과제
민주당 혁신위가 남긴 과제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8.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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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당초 일정보다 서둘러 문을 닫았다.

혁신 과업을 신속히 수행해 더 할일이 없어졌거나, 반대로 더 유지해봐야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폐점을 결정했을 것이다. 혁신위 성과를 놓고 당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당밖의 평가는 현격하게 후자로 기운다. 혁신위가 가동되는 동안 그렇지않아도 시원찮은 당의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

애초부터 이재명 대표가 인선한 친명표 혁신위가 당이 처한 난국을 풀어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당대표가 중심에 선 사법 리스크, 전 대표가 깊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당내 비호의 벽이 두터운 김남국 의원 코인거래 사태 등 당의 발목을 잡고있는 혹들에 메스를 댈 만한 역량도, 권한도, 권위도 혁신위에선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봉투 사건은 검찰이 만들어낸 것 같다'는 김은경 위원장의 취임 초 일성은 이같은 예상에 확신을 얹어줬다.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는 `정당한 영장을 청구할 경우'라는 모호한 조건을 달아 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뒤집을 수 있는 반쪽짜리 선언이 돼버렸다.

2호 혁신안으로 `꼼수 탈당' 방지책을 추진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 확정판결을 받은 김홍걸 의원의 복당에는 눈을 감아 의지를 의심받기도 했다.

세간에선 혁신안보다 김은경 위원장의 경박한 언행이 화제가 됐다. 초선 의원 간담회에선 `코로나 초선'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고 `여생에 비례한 투표권'을 언급했다가 노인을 폄하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당대표까지 나서 머리를 숙여야 했다.

대신 혁신위는 내년 총선 이후에나 열리는 전당대회 지도부 선거 룰을 손보는데 공을 들였다. 대의원 비중을 아예 없애고 권리당원 비중을 높이는 혁신안이 그것이다. 비명 측은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 힘을 실어주는 꼼수라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와 맞먹는 불공평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이지만, 오랫동안 유지했고 계파간 충돌을 촉발할 게 뻔한 민감한 사안을 당의 사활이 걸린 총선을 앞둔 시점에 건드리는 것이 합당하냐는 반론도 거세다.

혁신위는 여론의 도마에 오른 사법 리스크, 돈봉투, 코인 등과 관련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당의 도덕성을 바로 세워야 할 책무는 팽개치고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류탄만 던져놓고 떠나버린 모양이 됐다.

이제 민주당은 혁신위가 던지다 시피 넘기고 간 혁신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됐다. 그 과정이 친명·비명 간 이전투구식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민심은 더욱 싸늘해질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해 패배했다. 곧바로 치러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정권 상실에 1차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할 사람이 갈 길이 아니라는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함께 치른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강행했다. 당은 완패했지만 그는 살아남아 금배지를 달고 당대표로 부활했다. 당시 그의 과욕이 중도를 등돌리게 한 패인의 하나라는 주장이 당내에서도 제기됐다.

지금 여·야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내년 4월 총선이다.

민주당에서는 2당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거점인 수도권 지지율이 내리막을 타고 2030 이탈 추세도 심상찮다. 내년 전당대회 룰을 놓고 티격태격 집안싸움 할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표가 앞장서 자중지란을 막아야 한다. 전당대회 규칙을 바꾼 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회 주도권까지 잃을 경우 이 대표가 그 책임론까지 딛고 다시 당권을 잡을 수 있을까? 그가 살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다. 대들보에 이어 서까래까지 날아갈지 모를 집부터 지킨 후 아랫목을 차지할 방도를 찾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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