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은혜
스승의 은혜
  •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 승인 2023.08.0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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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문앞에서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백범준 작명철학원 해우소 원장

 

필자는 일명 사랑의 매를 맞으며 학교를 다닌 세대다. 지금도 그 시절 교사들이 행사했던 체벌이 왜 사랑의 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그렇게 명했고 사회와 여론은 무관심 보다는 낫다는 이유에서인지 여하튼 용인했고 묵인했다. 배움의 공간으로 합의된 학교에서는 모르면 맞았고 틀리면 또 맞았다. 배우려면 맞아야 했고 맞으면서 배워야 했다. 그들 스스로 사랑이 담겼다고 믿고 싶었을 체벌을 행사한 후에는 일말의 양심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교원연수에서 습득했을지도 모를 멘트를 남긴다. `누가 나 좋으라고 이러는 거냐? 이게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들어가' 매 맞은 후에는 퉁퉁 부어오르는 허벅지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까지 올려야 했던 것이 그 시대 학생들이 할 수 있던 학교에서의 생존법이자 생기부관리요령이었다.

사랑의 매에는 종류도 사유도 다양했다. 방식과 형식은 무규칙했고 무분별했다. 지각이나 학습태도불량이나 복도에서 뛰어다녔다는 이유는 타당까지는 아니어도 그나마 이해는 가는 체벌의 사유였다. 본관 중앙현관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시간 넘게 매 맞던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곳이 그들에게만 허락된 성역인줄 알게 되었다. 개인의 학습 성적 또는 반평균의 고저(高低)는 체벌의 빈도와 강도와는 결코 반비례하지도 않았다. 수요와 공급과 같은 일정한 법칙이 존재하지 않았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때때로 그들의 심기(心氣)였고 대부분 그들의 심기였다. 그때는 그랬다. 이 모든 이야기가 고교평준화시절 학교배정에 지지리 운이 없던 한 학생의 극히 단편적이고 심히 왜곡된 기억이 만들어낸 허구이길 바란다. 그것이 아니라면 부디 일부였길 바란다. 여기서 잠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기에 짚고 넘어가려 한다. 필자는 절대로 교사(敎師)라는 직업을 무시 또는 멸시하지 않는다. 혹여나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생의 중요한 10대 시절에 받은 가르침과 훈육으로 오늘날의 자아정체성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 하물며 존경했고 한때나마 공경했다. 그래서 동경하기까지 했던 직업이 교사임을 밝힌다.

최근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안타까운 죽음을 접했다. 현재 조사 중에 있지만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직간접적인 이유가 다름 아닌 그의 직무(職務)에 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고 학기 내 시달린 학부모의 악성민원도 그 원인 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이 사건이 이후 무너진 교권(敎權)의 회복을 외치며 그들의 소리를 내고자 찌는 더위에도 광장으로 모인 교사들도 보았다. 그 옛날 학생의 인권(人權)이 무너졌던 학교에서 이제는 교사의 인권(人權)도 무너진 것이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없다.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철근이 누락되어야 무너지듯 누락되어진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분명한건 그 누락 된 것이 현재는 금지된 체벌은 아니라는 생각. 아니 더 솔직히는 지난날 교사들의 체벌이 교권 붕괴와 균열의 근원지일거라는 생각이다. 무분별했던 체벌에 대한 반감으로 언제부턴가 학생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보호받게 되었다. 그것의 반대급부적인 결과가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필자의 사견(私見)이자 추측이다.

광장에 모여든 그들의 외침은 다름 아닌 교사의 인권보호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끔 떠올렸고 자주 잊었으나 이제는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학생도 인간이고 교사도 인간이라는 진실. 또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라는 곳이 교사와 학생이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되기를.

끝으로 내 유일하고 거룩한 스승인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가르침이 모두에게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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