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랬으나 지금은 괜찮은 매미
그때는 그랬으나 지금은 괜찮은 매미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3.08.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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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한 여름인 7~8월! 매미가 소리가 우렁차다. 가장 이르게 일어나 울던 새들보다도 먼저 울기 시작하는 시기다. 6~7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여름 한 철 성충으로 삶을 보낸 후 생을 마감해야 하는 매미! 끝을 마무리하기 직전 종족 번식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수컷의 본능, 그것이 우리가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다. 그러기에 문학에서는 비운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반면 예전의 우리 옛 선조들은 다섯 가지의 덕을 품은 곤충이라며 매미를 가장 본받고 싶은 곤충이라 했다.

머리에 파인 홈과 더듬이의 형태에서 지혜로움이 있는 선비의 상징인 갓의 모양과 닮았다 하여 첫째 덕목인 문文을 읽었고, 이슬과 깨끗한 수액만 먹는 것이 맑다 해서 두 번째 덕목인 청(淸)을, 사람이 애써 키운 채소와 곡식에 해를 끼치거나 먹지 않는 것이 염치가 있어 보인다 하여 세 번째 덕목인 염(廉)을 배우고, 자기들만의 집을 짓지 않고 나무에서 살다 가는 것에 검소함이 있다하여 네 번째 덕목인 검(儉), 철에 맞춰 허물 벗고 때가 되면 노래하다 때에 맞춰 죽으니 그들의 삶에 믿음이 있다고 여겨 다섯 번째 덕목인 신(信) 부여하며 매미를 숭상했다.

동양에서 이리 무한의 긍정 이미지를 읽은 매미지만 BC 6세기경의 그리스에서는 게으름의 상징으로 보기도 했다. 이솝 우화의 `매미와 개미' 속 매미가 그렇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의 원전 제목이 `매미와 개미'다. 번역의 오류와 그 오류를 진실이라 믿고 전달한 시간의 결과다.

이솝 우화의 `매미와 개미'는 짧디짧다. `겨울이 되었다. 곡식이 눅눅해지자, 개미가 그것을 말리고 있었다. 이때 배고픈 매미가 먹을 것을 달라고 찾아왔다. 개미는 이렇게 말했다. “먹을 양식을 여름에 미리 준비해 놓지 그랬니?” “멋들어지게 노래를 부르느라고 그럴 시간이 없었어.” 매미가 대답했다. 그러자 개미가 매미를 놀리며 말했다. “아, 그래? 여름에 노래를 불렀으니까 겨울에는 춤을 춰야 하겠구나.” -위험과 불행을 원치 않는다면 무엇보다 게으름을 경계하라.' <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문학세계사 중> 이것이 완역본의 전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는 작가나 출판사 편집부에서 덧붙인 내용이라 긴 서사가 있게 된 것이다.

매미가 됐든 베짱이가 됐든 겨울을 넘기지 못하는 곤충을 등장인물로 설정한 이솝의 선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 암컷을 부르기 위한 울음 짓 하는 행동을 게으름 피운다 속단한다면 매미는 어찌해야 할까? 매미를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하게 갈리는 가장 큰 이유를 보편적으로 기후와 문화의 차이에 둔다. 그러니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리고를 논할 게 아니란 얘기다.

그 시대를 이끄는 이념과 그들이 요구하는 인재 상에 따라 관점도 변화한다. 인력이 경제력의 밑바탕이던 시대에는 근면과 저축이 생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덕목이었을 것이다. 시민을 이끌기 위해 지배자는 보편타당한 논리를 통용시키며 폭력 없이도 순응하게 해야 했을 것이고.

지금은 어떤가? 일의 가치 창출에도 중점을 두는 시대다. 매미의 울음을 노래로 들으며 위안과 희망을 찾는다. 개미는 과연 매미의 울음소리를 마냥 시끄럽게만 생각했을까? 게으름만 느꼈을까? 시간의 흐름은 맞던 것도 틀리게 보게 하고 그르다 여겼던 것을 옳게 보게도 한다. 일과 놀이의 가치 획득에 균형감을 찾는 것이 개미와 매미 사이를 살려고 하는 우리가 지킬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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