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 되었으면
그래도 희망이 되었으면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3.08.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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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비가 오면'이라는 동화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초등학생 소은이는 엄마와 둘이 사는 아이다.

학교 수업이 끝날 무렵 비가 내리자 우산을 들고 아이들을 마중 온 할머니나 엄마들, 가족을 기다리는 아이들로 현관이 왁자지껄하다.

주인공 소은이의 엄마는 그곳에 없다. 오히려 `비가 오면 장사가 잘 안된다' 하던 엄마를 걱정하며 장터 쪽을 바라본다.

소은이는 교실 청소를 마치고 우산이 없어 집에 가지 못한 다른 친구들과 놀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이때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숙직실로 데리고 가 라면을 끓여 준다.

동화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나이가 엇비슷한 또래 아이들이다. 동화책을 보다가 라면 이야기에 아이들은 모두 환호를 지르며 극한 반응을 보였다.

모두 입맛을 다시며 라면을 먹고 싶다고 했다. 책을 읽어주는 내내 딴청을 부리던 아이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먹는 라면이 최고'라 했다.

작가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희망 메시지를 다방면으로 전해준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창가에 가 먹구름이 낀 하늘을 가리키며 `비가 오고 먹구름이 끼어도 그 구름 뒤에는 언제나 파란 하늘이 있음'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실어주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지난봄부터 매주 한 번씩 아이들을 만나왔다.

주로 그림책을 읽으며 때로는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기도 한다.

동화책을 읽으며 또는 독후 활동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정화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몇 명은 가정적으로 또는 사춘기를 맞으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다. 일찍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으며 힘겨운 시간을 건너고 이제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참여자도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쓴 작가의 희망 메시지를 얼마나 마음으로 느꼈을까.

살면서 우리는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캄캄해지듯 삶의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다.

분명 소나기는 언젠가 지나가고 맑은 하늘이 나타나 쨍쨍한 햇빛이 온 누리를 비춰줄 것을 알지만, 터널 속에서는 어두움만 보이듯 현실에 닥친 힘겨움만 느껴진다. 그래도 터널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빛을 본다면 우리는 희망을 찾을 것이다.

동화책에서 그린 희망은 큰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끓여주는 라면 한 그릇, 비가 와도 다른 아이의 엄마처럼 우산을 들고 오지 못하는 엄마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들은 아직 가늘게 내리는 빗속을 오동잎 한 장씩 쓰고 밝게 웃으며 뛰어간다.

주인공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먹구름 사이에 파란 하늘 한 조각을 보고 희망을 갖는다.

뉴스에서는 연일 참담한 일들이 전해진다. 재해로 또는 사회적으로 암울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이들이 무엇으로 어떻게 위로가 될까 싶다.

그래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먹구름 뒤에도 언제나 맑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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