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펼쳐보는 `문명의 붕괴'
다시 펼쳐보는 `문명의 붕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7.31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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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세계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쓴 `문명의 붕괴'를 다시 꺼내 본다. `과거의 위대했던 문명은 왜 몰락했는가?'라는 부제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한국에선 2005년 출간되었으니 20년 가까이 흘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랜 시간 속에 소멸하는 수많은 책과 달리, 문명이 붕괴하는 과정을 풀어낸 책을 읽다 보면 20년 전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현대문명의 거대한 둑을 무참히 무너뜨리는 것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사에서 문명이 붕괴한 원인을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 문제에 대한 그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 5가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거대석상만 남은 미스터리 이스터섬, 마야문명, 핏케어섬, 핸더슨섬 이야기를 통해 인류에게 닥친 위기를 서둘러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방대한 인류 문명에 대한 혜안과 서사는 놀랍고도 두렵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압축된 시간의 상상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여지없이 무너진다. `붕괴'라는 두려움의 언어로 인해 폭발적 사태를 예상하지만 붕괴는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집을 짓기 위해, 먹기 위해, 살기 위해 나무를 베고, 물길을 막고, 많은 소를 키우고, 권력을 과시하려 건축을 쌓아올리는 행위들이 위대한 문명을 붕괴라는 블랙홀로 빠져들게 한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알려준다.

과거보다 더 복잡해진 현대 문명의 그늘은 위기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폭우로 대한민국 전체가 마비되다시피한 국가 시스템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했다. 특히 청주에서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는 황망 그 자체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강둑이 무너지며 빚어진 참극으로 젊은 목숨이 유명을 달리한 이 사건은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고, 지켜보는 국민 모두의 가슴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더구나 책임자라는 이들은 회피로 일관하다 부적절한 변명까지 쏟아내 국민의 공분을 샀다. 권력의 자리만 탐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리더들의 모습이야말로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재다.

참사가 이번으로 끝날지도 의문이다. 대형 참사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작금의 현실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시그널이 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그에 걸맞는 처벌이 내려질 때 안전 불감증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안전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검하고 보완할 때 참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 하지만 참사를 책임지는 고위공직자 하나 없으니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전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35년 전 처음으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했던 제임스 핸슨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지구가 지난 100만 년 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과열되고 있어 앞으로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이를 증명 하듯 전 세계 곳곳에는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고통받고 있다. 이란은 체감온도 66도를 넘어섰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일부 지역도 폭염으로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험에 처했다. 피자의 고장 이탈리아에서는 최고기온 40도를 넘기면서 화덕 피자 사업을 중단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이 모두 남의 나라 가십거리로 넘기기엔 기후 현실이 코앞에 닥쳤다. 절망의 순간을 딛고 희망을 써내려가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지구 공동체가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전 지구적으로 대처할 극단의 방법을 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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