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응원합시다
선생님을 응원합시다
  • 장민정 시인
  • 승인 2023.07.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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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장민정 시인
장민정 시인

 

`서이초 교사 자살'

교육계를 넘어 전국이 들끓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교권침해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폭언·폭행, 학생들의 불응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교사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학부모들의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형국이다.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선생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존경을 받던 사도는 아니라 해도 교권이 이렇게까지 진흙탕에 처박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선진국이면 뭘 하고 먹을 것 입을 것이 넘쳐나면 뭘 할 것인가, 백년대계를 꿈꾼다는 학교라는 사회마저 이렇게 살벌한 현실이라니 도무지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람이 쓸쓸하고 외로우면 자연스레 지난날을 떠올리며 마음을 추스르듯 말도 안 되는 충격에 휩싸여 나는 옛 스승을 생각한다.

선생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김제곤 선생님,

중학 시절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고등학교 진로며 시를 쓰라고 권해주신 거며, 때때로 두루마리 편지로 들뜨던 마음을 잡아주신 것 같은 수많은 일은 차치하고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인 것처럼 끝내 관심 가져주신 우리 선생님.

살기 바빠서 까마득히 잊고 살았는데,

사업실패 후 성남 상대원이란 공장지대 뒷골목에서 열 평 남짓한 작은 식당을 어렵게 꾸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때였다.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식당은 텅 비어 있었는데 노신사 한 분이 조용히 들어와 입구 쪽 의자에 가만히 앉는 걸 보고 나는 무심코 다가가 물컵을 놓으며 주문을 받으려다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선생님. 어떻게”

눈물부터 쏟아졌다. 우리 선생님,

“네가 사업에 실패해서 떠났다는 소리 듣고 날마다 걱정이 많았다. 막상 가게 앞에 와서도 네가 절망하고 있으면 어찌해야 하나 싶어 한 시간도 더 서성거렸다” 하시는 선생님.

“네 얼굴을 보니 이제 안심이 된다. 그래 고생이 많구나.”

내 손을 꼬옥 잡아주시던 선생님, 세상에,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선생님

그때, 대학 1학년이든 딸과 고3이든 아들이 나보다 더 반색하고 기뻐했던 일도 어제처럼 생생하다.

“불행해진 제자를 찾아 위로해주는 선생님이 세상에 어딨어? 엄마는 행복한 사람이야.”

그런저런 우리 시대의 정서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내 딸아이는 의사가 되라는 주위의 강권을 뿌리치고 기어이 교사의 길을 선택했고 자부심과 보람으로 학교생활을 만족해했었다. 교감이나 교장 등 승진은 안중에도 없고 끝내 평교사로 남아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평생 교사인 내 딸,

얼마 전, 다녀가면서 흘리고 간 말이 두고두고 마음을 무겁게 했었다.

“학교가 예전 같지 않아요, 보람을 느끼기가 쉽지 않아요.”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게 느껴지는 학교생활이라면 어떻게 소신껏 가르치며 사랑으로 제자들을 감쌀 수 있을까?

제발, 내 딸뿐 아니라 현직에 있는 모든 선생님의 꿈을 빼앗지 말고 응원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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