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천안시장의 단톡방
박상돈 천안시장의 단톡방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7.24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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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잘해야 본전. 주말 없는 기피 대상 1순위 보직. 천안시청에서 이렇게 소문이 난 과장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안전총괄과장이다. 행정안전국에 소속된 안전총괄과장의 업무는 당연히 70만 천안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이다.

이 자리가 기피 보직으로 `낙인(?)' 찍힌 이유는 `주말도 없이 빡세게 일을 해야하는 자리'라는 소문이 난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문은 사실이다. 재난을 방비해야 하는 과(科)의 특성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예상되면 전 직원이 비상 출동해 근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상시엔 평일과 주말, 공휴일의 구분이 사실상 없다.

여기에 더해 업무 강도가 전보다 세진 것도 한 몫했다. 2020년 4월 박상돈 천안시장이 취임하면서 부터다.

1982년부터 3년간 내무부 방재계장을 맡아 전국의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했던 박 시장은 단체장 취임 일성으로 `시민 안전'을 내걸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방역과 함께 재난안전대책본부 조직을 재정비해 안전 업무를 직접 총괄 지휘했다. 내무부 시절, `국민 안전'이 행정의 가장 기본 덕목임을 경험한 그로서는 당연한 행보였다.

여름 휴가를 반납하며 호우 피해 현장을 챙기고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의 폭설·폭우 때 장화나 등산화를 신고 제일 먼저 나타나 직원들을 지휘하는 박 시장의 모습은 천안에서는 이제 예사로운 일이 됐다. 시장이 이렇게 `극성' 일진대 재난안전 담당부서인 안전총괄과장이나 직원들의 수고로움이 어떨지 쉬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그 결과 천안시는 지난 3년여간 코로나19 무결점 방역, 홍수해 및 폭설 피해 최소화, 상습 재해지역 정비 등 성과를 거두며 단 한명의 시민도 재난으로 인명 피해를 입은 적이 없는 도시가 됐다.

전국에서 4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13~15일 호우 때 천안시의 대응을 되짚어 보면 `안전도시 천안'의 존립 이유를 쉬 알 수 있다.

12일 호우주의보 발령 즉시 상황판단을 위한 관계관 회의. 이어 13일부터 매일 100여명이 참여하는 재난대책본부 가동, 위험 지역 현장 출동 점검과 주민 대피, 현장 중심의 예찰 활동 강화.

천안시의 이같은 기민한 재난 대응은 최고 지휘관인 박상돈 시장과 안전총괄과를 중심으로 한 소통 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천안시는 2020년 7월 박 시장 취임 후 시장 이하 실·국장, 과장, 읍면동장 및 재난안전 관련 부서 직원 등 무려 200여명이 참여하는 `천안시재난안전대책본부' 단톡방을 만들었다.

이 단톡방은 본부가 가동되는 즉시 시끄러워진다. 매 시·분·초마다 재난 상황이 전파되며 시장과 부시장, 국장, 과장 등 단톡방 내 모든 참여자들이 재난 대응에 나선다. 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되며 이를 본 간부들이 적절한 지시와 함께 직접 현장 대응을 한다. 물론 주말도 밤낮도 없다.

지난주 새벽 이 단톡방엔 폭우로 차단된 천안천 하상도로와 남산천변길, 신방동천변길 등 세곳의 비상 상황이 사진과 함께 올려지고 대응 상황이 보고됐다.

현장에서는 30여명의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등 위험지역을 통제하는 상황이었다.

새벽 2시가 지났는데 단톡방을 지켜보던 시장이 이런 글을 올렸다.

“밤을 꼬박 새우네… 수고많으셨습니다^^”

밤새 비를 맞으며 현장에서 땀을 쏟았던 직원들의 수고로움이 이 한마디로 보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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