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달과 6펜스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 승인 2023.07.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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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관장

 

`꿈을 찾기에 늦은 때는 없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도서 `달과 6펜스'는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후기 인상파 화가인`폴 고갱'을 모델로 한 책으로 중년의 스트릭 랜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으로 어렸을 적 한번은 만나본 책이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 다시 만난 책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생각거리를 남긴다.

우리는 `6펜스의 세계(현실)'에 살고 있다. 돈과 명예, 성공을 얻기 위해서 스스로를 포장한다. `달의 세계(이상)'에 있는 찰스 스트릭 랜드는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생을 다 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듯 인생을 살아간다.

찰스 스트릭 랜드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재능과 열정이 뛰어난 최고의 화기이며 타인의 시선이나 예술가 화파에 관심이 없고,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락하고 평범한 런던의 삶을 뒤로하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는 거리의 화가를 자처하며 기본기를 다진다. 채워지지 않는 예술의 허기를 달래기 위함이였을까?

파리를 떠나 남태평양 원시의 섬, 타이티섬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원주민 `아타'를 만나 찰스가 원하는 행복한 삶, 이상의 삶을 살아간다. 그곳에서 남태평양의 이국적인 풍물에 열광하며, 열대지방의 원시적인 삶을 화폭에 담는다. 예술에 흠뻑 젖어 `오직 그리기'에만 열중하는 스트릭 랜드이지만 처자식을 버리고 잠적하는 행동,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물심양면 도와주고 직접 돌봐준 친구의 아내가 자신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도 그녀를 거부하지 않고 데리고 사는 행동, 그녀가 결국 상황을 비관해 자살했을 때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 등은 예술을 추구하기 위해서 행해지는 비도덕적 행동은 용인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표를 남긴다.

책의 저자 몸은 “어렸을 적에 달을 보느라 발밑의 6펜스도 못 보는 사람을 놀려야 한다고 배웠는데 원숙한 나이에 이르고 나서는 과연 전에 믿어야 했던 것처럼 그것이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6펜스를 줍고 싶은 사람은 주워라. 달을 추구하는 일도 더없이 재미있는 놀이인 것 같다”라는 말을 책의 서두에 쓰려고 했다고 한다.

우리 현실에서도 이상과 현실, 열정과 물질, 예술과 인성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이 있다. 이 양끝 사이에 펼쳐진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이 선택한 위치에서 조금씩 진동하며 살고 있다.

스트릭 랜드처럼 `그려야만 하기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평탄하고 안락한 삶이 더 중요하기에 개인적 열정과 꿈을 접는 사람도 있고, 양쪽을 적절하게 취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모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 감히 평가할 수 없다. 삶, 사랑, 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의 질문이 생각나는 묵직한 무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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