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 내는 일
하루를 살아 내는 일
  • 김일복 시인
  • 승인 2023.07.23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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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 하루는 어제처럼 흘러간다.

하루에 대한 미래가 없었던 하루를 느끼는데 1초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무개의 하루가 또 다른 하루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내게는 다 뻔한 하루였다.

나와 다른 하루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사회에서 올바른 생활이란 어떤 기준으로 정의할까? 라는 궁금증을 늘 갖고 있었다.

사회 부조리를 보면서 선과 악에 대한 중간 지점은 어디인가? 시간을 확인하고 계량할 수 있는 하루가 있다면 하루를 잘 살아 낼 수 있었을까? 지금도 하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 역시 하루하루 왕국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욕망이었음을 몰랐다. 나만의 사람을 얻었고, 나를 따르는 사람들과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했다.

거기에 있어 물질적 이해와 정신적인 이해관계로 대립하면 고집이라 항변했다. 그 과정에서 원칙과 가치를 무시하며 일관된 반칙으로 하루를 살아갔다.

예전에 구술 면담으로 자서전을 대신 써 주는 일을 했다. 진솔하고 치열하게 살아 온 이야기를 접하면서 주인공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구술자의 생활은 나이가 들어 아픈 것 빼고는 특별한 일이 없다고 했다. 6.25 전쟁을 겪으며 가족을 위해 일요일도 없이 일해야 했던 삶이다.

아름다운 삶이 완성될 때까지 힘들게 살아왔지만, 지금 안타까운 일은 아픈 것조차도 말할 때가 없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도 나이 들어 아픈 거라며 약 드시고 며칠 쉬면 괜찮아질 거라는 게 다다.

한낮과 한밤을 보내는 노부부는 서로 눈치 보느라 바쁘다. 긴 밤을 보내면서 실눈을 뜨고 평안한 잠을 확인한다.

그들의 속울음은 똑같다. `당신 갈 때 나도 데려가요.' 서로 숨소리를 느끼면서 긴 호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위대한 하루를 살기 내기 위해 참아 내는 노인의 간절한 기도다.

세월이 갈수록 아파서 아쉽다는 노부부의 소중한 하루다. 나는 하루를 숙제하듯 원칙을 무시하며 살아 온 하루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이젠 하루 안에 머무르며 오늘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하루를 낳고 하루를 보살피고 하루를 동경하리라.

“하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괴테의 말이다. 하루 안에 가벼움과 즐거움이 따뜻한 봄날처럼 머물러 있도록 하자.

하루를 잡아 둘 수는 없다. 흘러가는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만이 하루를 의식하며 살아간다. 즐겁게 하루를 살아 내는 일은 하루에 대한 존재 의미를 찾아 하루를 다르게 사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심심한 미소를 짓는다. 하루 중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일도 있어야겠다.

하루는 선물이다. 그냥 주어진 하루가 아니기에 오늘의 하루는 내일이 하루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모두가 같은 하루를 살지 않는다. 누군가는 계획된 하루를 살아가고, 누군가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도 재미있게 살아간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가 달라지겠다. 그것이 삶을 사랑하는 일이며 하루를 한 번 더 살아 내는 일이다.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떠들고 하루를 밀어낸다. 지금 하루를 살아 내는 일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 하루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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