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안전에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주민 안전에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 송기섭 진천군수
  • 승인 2023.07.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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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송기섭 진천군수
송기섭 진천군수

며칠간 지속된 폭우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듯하다.

모든 언론매체도 앞다퉈 지역 곳곳의 상황을 전하고 있고 그 내용을 접한 국민들은 안타까움에 제 무릎을 내리치고 있다.

우리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 양 살아가고 있지만 자연 앞의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물에 떠내려가는 여성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증평군 공무원, 그들을 구해낸 트럭 운전기사의 이야기가 이런 안타까움을 위로할 수 있는 큰 감동제가 됐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한 지역의 장으로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진천군에도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평균 362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문백면은 428mm의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한편 호우 기간이었던 17일 오후 문백면 거주하는 주민의 긴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 한 주유소 대지를 지지하고 있는 옹벽이 붕괴했다는 전화였다.

담당 공무원들은 즉시 현장으로 향했고 이윽고 직원들의 상황 전달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시설물의 특성상 기름, 가스 등 위험물이 있었고 지반이 침하될 경우 가스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으로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바로 현장을 찾았다.

옹벽 자재가 길가로 쏟아져 주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었고 주유소 대지 바닥 갈라짐, 건축물 벽면 균열, 외벽의 기울어짐 등 추가적인 붕괴 위험이 충분해 보였다.

결단이 필요했다. 군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즉시 합동 안전 점검을 요청했고 다행히 평소 협력 관계가 잘 갖춰져 있던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보은국토관리사무소, 진천경찰서 관계자들이 다음날 현장에 모였다. 보강토 시공 전문업체까지 함께해 점검을 마쳤고 긴급안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해당 주유소는 진천군에서도 안전 점검 시행을 수차례 요청했던 곳이었고 추가 붕괴로 인한 안전사고로 연결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이에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약칭 시설물안전법 제23조(긴급안전조치)에 따라 관리 주체에 시설물 사용금지 명령을 내렸다.

관리 주체는 같은 법 24조에 따라 시설물의 보수·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국토교통부 장관, 관계 행정기관에서 이행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례적으로 내린 강도 높은 제재였다. 공적인 권력은 주민 삶에 금전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남용되면 안 된다. 하지만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에는 지체없이 사용해야 하는 결단의 수단이 돼야 한다.

이번 조치가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으로 취약한 안전 문제를 못 본 척하는 지역의 양심 불량 사업장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라본다.

끝으로 현재 호우로 인한 특별재난구역이 속속 지정되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을 항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통 큰 결단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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