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의 아픔을 희망의 노래로 극복하자
수해의 아픔을 희망의 노래로 극복하자
  •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 승인 2023.07.19 17: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지난주부터 장맛비가 퍼붓더니 금요일부터는 폭우가 쉴새 없이 충청지역을 무참히도 내리쳤다. 괴산댐이 월류하여 댐 하류 지역에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특히 청주지역엔 미호강에 근접한 강내지역이 물에 잠기고 오송의 궁평지하차도에는 미호강 둑이 무너지며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 되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글을 시작한다.

1972년에도 큰 비가 오랫동안 내렸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뉴스도 발달하지 않던 시절인데 누군가 달천강이 범람하여 호암지 아래까지 물이 넘쳤다는 소식을 듣고 호암지로 달려갔다.

호암지는 충주시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이며 농사지을 물을 저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호암지 둑 아래까지 물이 가득 차서 모시래뜰 전체가 큰 바다로 변하였다.

달천강까지 가는 큰 길가의 집들도 보이지 않았고 수박, 참외 등 농산물뿐 아니라 돼지, 닭들이 시뻘건 물결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근처의 군부대에서 나온 군인들이 배를 띄워 물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수재민들의 구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이 구경나온 한 시민이 돼지가 떠서 다니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 옆에 있는 어르신께 크게 야단을 맞는 모습이 속으로 얼마나 고소했는지 모른다.

그해 여름 우리는 매일 아침 삽을 들고는 시내버스를 타고 가 수재민 돕기를 하느라 여름방학을 알차고, 보람되게 보냈었다.

지난 토요일 미호강이 범람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내면에 사무실이 있는 친구가 걱정이 되어 몇몇 지인들과 강내지역에 달려갔다. 조치원 가는 길이 통제되어 세종 가는 길을 통하여 강내로 들어갔다. 교원대 후문 앞까지 물이 차올라 큰 소방차가 길을 막고 서 있고, 고무보트를 탄 소방대원들은 물에 갇힌 수재민들을 구하고 있었다. 우리는 수해 당한 친구와 함께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겨가는 친구의 상가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다음날 비가 잠시 소강상태 인지라 아내와 함께 강내로 달려갔다. 아직도 물이 덜 빠져 충청대학교를 통하여 강내면으로 가니 물에 빠진 상가들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많은 지인이 먼 곳에서 달려와 물에 빠진 상점의 물건들을 밖으로 내어놓고 닦고 하였다. 피해가 상당한데도 많은 사람이 달려드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간다. 잠시 후에는 청주시청 공무원들이 봉사활동을 왔다. 아침부터 순서대로 수재민을 돕는다고 한다. 하얀 우비를 입은 젊은 공무원들이 토요일인데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열심히들 일을 돕는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니 은근히 마음이 든든하기도 하다. 다음날 오후에도 아내와 함께 달려가 수해 물품들을 닦고 씻었다. 열심히 봉사하는 아내를 넌지시 바라보니 마음이 뿌듯하였다.

오전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수해 복구는 이제 시작인데 다시 비가 세차게 내리니 걱정이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이 누군인가? 동해안 지역의 그 큰 산불도 이겨내고, 6·25 전쟁을 겪고도 다시 재건하여 세계가 놀랄 경제성장을 이룬 국민이 아니던가?

다시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픔만큼 더 성숙해지는 나라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