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격노
대통령의 격노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7.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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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금강홍수통제소.

충남 공주시에 주사무소를 두고 있는 금강홍수통제소는 환경부 소속 20개 기관 중 하나다.

정부는 해마다 여름철 우기에 홍수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1974년 7월 한강홍수통제소를 시작으로 1987년에 낙동강, 1990년에 금강, 1991년에 영산강 등 네곳에 차례로 홍수통제소를 설치했다. 우리나라 전 지역의 홍수 피해 상황을 관리·감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들 네곳의 홍수통제소의 주 업무는 물론 홍수에 대한 통제 및 예보다.

또 예보와 함께 홍수예보 시설 공사의 감독 및 유지 관리, 다목적댐의 수문 방류 승인, 수문 관측원 교육 등을 한다.

홍수통제소가 발령하는 예보는 법률에 따른 절대적 국가의 `책무' 사항이다. 정부는 물 관련 재해의 경감 및 예방을 위해 `수자원의 조사 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 법 제8조는 `환경부장관은 홍수 또는 갈수로 인한 인명과 재산에 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는 즉각 홍수 또는 갈수 예보를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선 지자체장의 책무도 명시했다. 이 법에 따라 홍수 경보를 통지받은 지자체장은 즉시 관할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관계 기관장에게 통지하고 주민에게 알려야 한다.

모두 소중한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런 규정에도 불구,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의 참사는 막지 못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이 넘칠 것을 우려해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오전 6시31분에는 홍수통제소 직원이 직접 흥덕구청에 전화를 걸어 `인근 주민 대피 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전화를 받은 구청 직원이 청주시청 담당부서에 전화로 이를 알렸으나 하천과와 안전정책과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않았다. 홍수통제소의 `경고장'이 휴지조각이 되고 만 것이다.

해당 도로를 관리감독하는 충북도청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충북도가 관리하는 도로다. 이 지하차도는 미호강 제방 바로 옆 200m 거리에 있어서 강이 넘칠 경우 침수가 불보듯 빤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홍수 경보를 소귀에 경 읽듯 지나치고 말았다. 홍수가 예상되는 하천변 지하차도에 대해 긴급 점검 지시라도 내려졌다면 어땠을까.

이번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이견이 필요없을 명백한 인재다.

미호천교 교량공사로 인한 허술한 제방 관리. 홍수 경보와 대피 권고에도 불구 인근 피해 위험 시설에 대한 점검은커녕 현장 확인도 하지않은 관계 기관들.

주말 아침, 여행을 떠나려던 젊은이, 일터로 향했던 70대 할머니, 처남을 기차역에 태워주려고 운전대를 잡았던 새신랑, 비바람을 뚫고 승객을 제 시간에 목적지에 실어 나르려던 버스기사 등 소중한 인명들이 불귀의 객이 됐다.

해외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호우 대책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위험지역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않아 사태를 키웠다. (공무원들은)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서 미리미리 대처해달라.”

사실상 공직 사회를 향해 강한 경고와 함께 성토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이번 대통령의 격노와 함께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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