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날들
나의 아름다운 날들
  •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7.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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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중원교육도서관 사서

 

7월 장마. 오늘도 하늘에서는 힘찬 빗줄기들이 서로 경쟁하듯 쉼 없이 땅 위로 쏟아진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해지는 내 마음 한편이 편안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먹먹해진다. 이것이 장맛비가 주는 마음의 평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평온한 마음에 뭉클함을 심어줄 도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작가 정지아의 또 다른 작품`나의 아름다운 날들'이다. 총 11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도서는 제목과는 다르게 화려한 청춘의 이야기 혹은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진 않다.

평범한 일상,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의 관계 속의 아주 낡고 초라한 감정들까지 단어와 문장들로 세밀하게 그려주고 있다. 특히 네 번째 챕터인 `목욕 가는 날'은 그러한 작가의 의도를 더욱더 절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엄마의 사랑을 온통 받았던 막내딸. 하지만 엄마 곁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는 건 언니였다. 나이가 들어 엄마 목욕 모시고 가는 일을 한 번만 맡아달라는 언니의 전화. 커서 한 번도 엄마에게 알몸을 보여준 적이 없는 막내가 40이 넘어 엄마와 처음 목욕을 가면서 겪는 수많은 감정 변화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의 몸에서 생명을 얻어 세상에 나온 딸이 당신 못 보게 몸도 마음도 꽁꽁 싸매고 저 혼자 살아온 지난 세월 동안 어머니는 적적했을까? 쓸쓸했을까? 같은 어머니가 되고도 나는 아직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웠다.'(116쪽)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애정, 걱정, 근심. 이 모든 감정들을 이 챕터에서는 쏟아내고 있었다. 나 또한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우리 부모님이 가졌을 온갖 감정들을 아이에게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부모님이 나에게 쏟으신 수많은 감정을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바쁘다는 핑계로 멀다는 핑계로 온갖 잡다한 이유를 갖다 부치며 부모님께 무심했던 나의 불효에 대한 정당성을 나 스스로 부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알지만, 알고 있지만, 알고 있었지만…. 왜 부모님께 이리도 무심한 걸까? 나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져보지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는 나, 그러면서도 내 아이만큼은 착하게 자라길, 친구 같은 딸이 되길, 내가 딸에게 갖는 모든 바람들은 이기적인 나의 모습을 민 낯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아 자꾸만 고개를 떨구게 만들었다.

우리는 자녀나, 친구, 직장동료 등과의 관계 속에서 받은 사랑만큼 보답해 주는 것을 도리라 알고 있고 비교적 쉽게 그 도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하지만 부모님께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일방통행일까? 아니면 8차선 대로처럼 원활하게 사랑을 나누고 공유하고 있을까?

우리는 모두 이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만큼은 시원하게 내리는 장맛비를 핑계 삼아 부모님께 안부전화 한 통 먼저 드려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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