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과유불급
  •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07.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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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언젠가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물은 적이 있다.

“이번 장마는 비가 거의 오지 않거나 엄청나게 쏟아지거나 둘 중 하나라는데 어떨 것 같아?”

시원한 비가 간절했던 엄청난 폭염이 이어지고 있었기에 본능적으로 비가 확 쏟아지면 좋겠다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리라. 장난이라도 비가 쏟아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이제는 의미 없는 혼잣말을 먹구름으로 시커먼 하늘을 보며 중얼거려 본다.

이런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나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하찮고 작은 존재인가에 대해서 새삼 절감한다. 늘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듯, 돈이 세상을 통제하듯, 혹은 권력이 모든 것을 손아귀에 쥐여줄 것처럼 오만하게 살아 봤자 그 어떤 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예상한 들 막아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를 통해 결국 우리의 존재가치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절절히 체감하는 것이다.

쉴 새 없이 재난 문자가 온다. 간밤에 자고 일어났더니 무려 10개의 재난 문자가 핸드폰을 점령하고 있었다.

하천 주변에 가지 말라, 바깥출입을 자제하라,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으니 산 근처에도 가지 말라 등등 모든 말을 합쳐보면 결국 하나의 의미로 다 통한다.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사가 어찌 그렇게 딱 멈추고 싶다고 멈춰질까. 그래서 늘 재난 문자 끝에는 비보가 쏟아진다.

처음에는 사람이 가장 밀집된 어느 도시에서 몇 명이 실종되고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점점 거리를 좁혀 이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옆 하천이 범람해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가슴 철렁하는 뉴스도 끊임없이 몰아친다.

제발 인제 그만 내리라고, 도대체 어디까지 인간이 망가져야 그만할 거냐고 하늘을 원망하다 문득 손끝이 저릿했다. `이 비가 그치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눈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이 흘러넘칠까. 한순간에 유족이 되거나, 실종자의 남은 가족이 되거나,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려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거나, 삶의 전부였던 작물, 축산들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을 어찌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주까지 예보되어 있는 비가 이제는 서서히 그쳐주길 소망한다.

이미 가득한 슬픔에 더 이상 또 다른 절망과 좌절과 아픔이 쌓여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캄캄한 하늘에선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풋풋했던 대학생 때는 비가 오면 창이 넓은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를 앞에 두고 빗소리를 듣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 결혼하니 비 오는 날은 운전이 무서운 날로, 아이들이 태어나니 안전이 위협받는 날로, 이제는 매해 여름이 그 자체로 두려워지려고 한다.

결국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다. 늘 장마는 있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더더욱 많아지는 강수량에 장마가 아닌 재해가 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재해가 일상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눈앞이 캄캄해진다. 그럼에도 두 손을 모아본다. 더 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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