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게 천국이야
엄마, 이게 천국이야
  •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 승인 2023.07.0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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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반지아 청주초롱꽃유치원 행정부장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비보가 있다. 누군가는 스스로 생명을 져버렸다 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악의에 허망하게 가버렸다 하고, 누군가는 독한 질병에 결국 눈을 감았다고 한다. 매년 출생률은 끝을 모르고 나락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데, 매년 사망률은 누구나 때가 되면 껴안아야 할 죽음에 그렇지 못한 죽음까지 보태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른다. 더 안타까운 건 슬픈 소식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맑은 하늘을 잃어버렸고, 마음 편히 숨 쉴 자유를 박탈당했으며, 이제는 인간의 생존 욕구 중에 가장 첫 번째라 할 수 있는 맘 놓고 먹을 권리마저 빼앗길 상황에 놓였다. 너무 많은 일이 상상조차 못 했던 엄청나게 짧은 기간에 휘몰아치다 보니 이제 겨우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 시기에도 또 어떤 재앙이 코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문득문득 덜컥 겁이 난다. 이 두려움은 나를 온 우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비단 나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계속 공포감을 느끼며, 이 공포감을 굳이 전해주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결혼도 출산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이제는 선택도 아닌 거추장스러운 하나의 옵션이 되어간다.

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한 건 코로나가 발병하기 불과 5개월 전이었다. 아이는 두 다리로 사람답게 서기도 전에 마스크를 써야 했다. 게다가 그 작디작은 콧구멍으로 코로나 키트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아이의 눈에서 눈물을 짜냈다.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엄마인 나는 그저 내 가슴만 쳤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 그렇게 오랜 시간 이어져 왔지만, 지금의 이승은 속담 속의 이승과 같은가, 과연 아이는 태어나서 살아가며 진짜 행복할까, 굳이 태어나서 고생을 사서 하는 건 아닐까, 출산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가 미세먼지로 코로나로 그 밖에 수많은 사회가 빚어낸 악으로 인해 괴로워할 때마다 죄책감은 저런 쓸데없는 의문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나는 출산은 늘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를 고민하든, 둘째를 고민하든, 부모라는 자리에서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아이가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지켜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회적 믿음이 보장된다면 지금과는 달리 아마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고통만큼이나 기쁨 역시 엄청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파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믿음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제는 그 누구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기에 늘 속수무책 당하기만 할 뿐이며, 가장 큰 희생자는 아직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가 경솔하게 출산을 권유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나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 있었다. 하루는 아이가 아파 일찍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에게 뭐 하나라도 더 먹이고자 애착이불을 깔아주고 원하는 음식을 입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아이가 너무도 예쁜 얼굴로 이런 말을 나에게 건넸다. “엄마, 이게 천국이 아닐까? 이불이 있고, 엄마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이게 천국이야.” 지극히 평범한, 아니 조금은 안쓰러운 이 상황에서 천국을 말하는 아이 옆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비관했던 내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웠다. 그러나 동시에 희미하게 희망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이 아이들일 때 천국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찾고 있는 진짜 키일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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