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고 설립을 준비한 교사들은, 구체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프로젝트 중심 교육으로 아이들의 다차원적인 역량을 일깨워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근시안적인 교육과정을 고집하므로 다시 학교를 구상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논리, 꽤 그럴 듯해 보이지 않나요?
그러나 공교육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 실패가 없는 학교 설립 계획이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 분들에게 진정한 공교육의 책무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꿈꿀 수 있는 학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 진짜 실패 없는 교육이 되려면 아이들이 만족해야 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야 하는 거니까요.
수월성이 강조되는, 그러니까 일류대 몇 명 보내는 것이 학교 목표가 되는 것은 사교육 목표이지 공교육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는 거지요. 설령 일류대를 몇 명 보내게 되더라도 그 아이들이 고향에 남아 지역발전을 도모하여 살아갈까요? 결국 지방소멸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공교육이 나서서 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요.
지식전달 위주의 학교는 곧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해요. 쳇 GPT가 숙제도 척척 해주고 인공지능이 알아서 엄청난 지식을 가공하여 논문이나 리포터, 심지어 예술 창작물로 갖다 바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는 마당에 학교는 왜 이렇게 형편없는 구닥다리 생각에 머물러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다차원적인 역량, 절대 줄 수 없어요. 받지도 않을 거구요. 디지털 세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거지요.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지식에 관한 것이라면 학교는 우리들에게 필요없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왜 학교를 다니나요? 대학 가려고? 대학도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읽고 쓰고 활용하면서 비판적 윤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도 감시하며, 저항과 탈주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아이들, 기계 예속에서 벗어나 AI의 주인이 되는 아이들을 기르는 교육과정을 마련해 주어야 비로소 아이들은 학교를 좋아하게 될 겁니다.
인간이 AI와 무엇이 다르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할 수 있는 아이들이 살아 숨 쉬는 곳, 자신을 알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조절하며, 이웃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땀 흘린 분들의 교육 철학과 실천을 믿습니다.
맞습니다. 실패 없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학교가 고향 같다며 다시 찾아오는 아이들을 꿈꾸며 새로운 학교를 준비해 오신 이들에게는 사랑과 희망이 있기에 실패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