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국가로써 최소한의 실력행사
주권 국가로써 최소한의 실력행사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6.20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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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시도에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는 달리 아시아 태평양 주변국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태평양은 일본 하수도가 아니다. 깨끗하다면 일본 국민들에게 오염수를 마시게 하고 밥도 해 먹게 하고 빨래도 하게 하고 농사도 짓게 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콩도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일본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필리핀도 원전 오염수 방류 재고를 요청했다.

북한 역시 “일본이 이기적인 목적으로 바다에 핵원전 오염수를 한사코 방출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범죄행위”라며 “일본은 국제사회의 엄정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 위험한 핵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호주를 비롯해 파푸아 뉴기니, 피지, 마셜 제도 등 남태평양의 섬나라 17곳이 참여하는 태평양도서국포럼도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태평양도서국포럼 헨리 푸나 사무총장은 “태평양 도서국들은 미국, 프랑스가 태평양에서 감행한 핵실험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 도서국 국민들은 암 등의 발병으로 고통을 받았다”며 “원전 오염수로 바다를 오염시켜서는 안된다는 도서국 정상들의 입장은 동등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사고 원전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은 세계에서도 처음이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방사능에 노출이 되었을 때 안전한지는 아직 모른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어민들조차도 자국 전체 수산물 수출 문제에 제동이 걸려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자국 원전 설계에 직접 참여한 고토 마사시 공학 박사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은 사람과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영향은 나중에 되돌릴 수 없는 환경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행동”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본과 가장 인접한 우리 정부만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건 반대지만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방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단호한 입장이다.

일본 자국도 감당하지 못하고 태평양 바다에 해결하려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우리 정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너무도 관대하다.

온 국민이 보장받아야 할 건강권, 환경권, 생명권, 생존권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일임에도 우리 정부는 무엇 때문인지 중국, 북한, 태평양 섬나라 등의 주변국처럼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그저 국민들만 이해시키려 하고 있다.

태평양은 전 인류의 공유 재산이자 지구촌 생태계의 근원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에 골고루 퍼져 희석된다 해도 결국에는 오염수를 먹은 해양 생물을 인간이 먹게 돼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인류에게 독극물이 될 수 있고 생태계에 끔찍한 테러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일본에 대립각을 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주권 국가로서 주장하고 내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실력행사인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 선진국 대열에 서 있는 당당한 주권 국가라는 것을 우리 정부가 한시라도 빨리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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