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의 착한 축제
무주군의 착한 축제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6.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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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먹고 살기 힘들어서.

최근 경북 영양군청이 혼쭐이 났다. 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방송 예능프로그램 출연진에 옛날과자를 비싼 값에 판 것이 문제가 됐다.

안방에서 TV로 고스란히 방영이 된 이 프로그램에서 상인은 과자 1.5kg 1봉지를 무려 7만원에 팔려고 했다. 흥정끝에 세 봉지에 14만원에 팔았지만, 시청자들은 터무니없이 황당한 바가지 요금이라며 맹비난을 했다.

상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해당 상인이 결국 영양군청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사과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로 인해 먹고살기 힘들어 과자 단가를 높게 책정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다”.

군색한 변명이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영양군 시장 상인들에게 돌아갔다. 해당 프로그램이 전국에 방영된 탓에 시청자들에게 `영양군 전통시장=바가지 요금'이라는 인식이 심어지기에 충분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바가지 요금을 받았다는 해당 상인의 말. 고개를 끄덕이기엔 너무나 터무니 없이 비싼 요금이기에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다.

전국에서 축제가 한창인 가운데 곳곳에서 바가지 요금이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북 지방의 한 축제장에서는 손바닥만 한 파전 1개가 1만5000원에, 넉넉지 않은 오징어무침이 2만원 등으로 비싸게 팔려 비난을 받았다. 또 전남의 유명한 나비축제 행사장에서는 일본에서 온 유튜버 관광객이 어묵 1그릇에 1만원에 파는 실태를 온라인에 중계해 빈축을 샀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벚꽃축제 행사장에서도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렸다. 행사가 열린 후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는 바가지 요금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고 결국 축제 주최측이 사과 입장문을 냈다.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는 곳은 축제 행사장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서는 갈치 조림이 한 상에 14만원을 받는 식당이 눈총을 사기도 했다.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의 참여로 유명해진 충남 예산군도 바가지 요금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백 대표의 참신한 기획으로 침체된 상권을 살려놓는데는 성공했으나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으로 빛이 바랬다. 예산시장 인근 숙박업소에서는 평소 1박에 6만원이던 숙박료를 14만원까지 올려받아 원성을 샀다.

이런 가운데 전남 무주군에서 `착한' 축제가 열려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무주군에 따르면 지난 2~6일 닷새간 무주읍 지남공원 일원에서 무주 산골영화제가 열렸다. 그런데 축제에 참여한 식당들이 모든 음식 단가를 1만원 이하로 책정하고 음료와 주류도 모두 3000원 이하로 정해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관람객들은 삼겹살 구이 등 주 메뉴를 모두 1만원 이하로 먹을수 있었고 빵과 어묵, 백반 등도 1000~5000원에 팔려 찾는 이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했다. 축제 기간 내내 관광객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이같은 호응은 무주군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주군은 축제에 앞서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TF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다시찾고 싶은 무주를 만들자는 목표로 참여 식당들과 함께 메뉴를 만들고 가격을 정했다. 지자체와 소속 공무원들의 의지, 상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함께 하며 빛을 발한 것이다. 축제에 참여한 한 관광객은 이런 소감을 전했다. “이게 진정한 축제다. (타 지자체에) 완전한 모범 사례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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